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라는데
중도층은 야당 핵심 공약 ‘외면’
야당 지지층도 ‘찬성’ 6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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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경제 부양책이라며 1년 가까이 추진해 온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보다 훨씬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약 9개월 전 조사보다 반대가 더 많아졌는데, 진보·민주당 지지층에서마저 찬성 목소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소비쿠폰’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은 결과 ‘지급해야 한다’는 34%, ‘지급해선 안 된다’는 55%로 나타났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세부적으로 정치 성향 및 지지 정당별로 보면 찬성은 진보층(61%)과 민주당 지지층(62%)에서, 반대는 보수층(85%)과 국민의힘 지지층(90%)에서 뚜렷하게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중도층과 무당층은 반대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은 54%, 58%을 각각 기록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보수층은 그렇다 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등에 대체로 찬성하는 중도층이 정작 민주당 핵심 공약에는 부정적인 것”이라며 “이 대표가 말로만 ‘우클릭’을 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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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소비쿠폰 관련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제공] |
민생회복소비쿠폰은 지난해 민주당 총선 공약이었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의 변형으로, 여론은 9개월 만에 더 안 좋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5월 21~23일 조사 당시 민생회복지원금에 관한 여론은 찬성 43%, 반대 51%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급 주장이 9%포인트(p) 줄고, 반대가 4%p 늘었다.
지난해 조사 응답 내용을 정치 성향 및 지지 정당별로 보면 진보층과 야당 지지자는 지급 찬성(65%, 68%),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자는 지급 반대(70%, 79%)로 뚜렷하게 나뉜 가운데 중도층과 무당층은 반대(53%, 50%)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9개월간 보수·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무당층의 반대 의견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진보·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의견도 각각 4%p, 6%p 떨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지지층에서도 해당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라며 “재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소비쿠폰은 최근 민주당이 제시한 약 35조원 규모 추경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를 여당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과 엮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건축 촉진법이 ‘친(親)부자’ 정책이라면 15조원의 혈세를 퍼부어 서울의 고소득 부자들한테까지 25만원씩 나눠 주자는 이재명표 민생회복지원금이야말로 단연 최고의 친부자 정책일 것”이라며 “이 대표는 연일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 추경을 주장하는데 정작 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재건축·재개발 촉진에는 발목 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못 하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정당이 중도보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해당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CATI)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