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 논스톱 비행 가능”…‘후발주자’ 파라타항공 A330 직접 타보니 [체험기]

추석명절, 김포~제주 ‘내돈내산’ 부정기편 타보니
에어버스 광동체로 ‘장거리’ 노린 기체
좌석 크기·승무원 11명, ‘업계 최고치’로 신경써
좌석·서비스 ‘대만족’, 보완 ‘노력’은 합격점
대한항공 통합 국면서 K-항공 재편 조짐 뚜렷


파라타항공이 도입한 A330-200 기체 [김포=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제주)=김성우 기자] “최초가 될 수 없다면, 남들과 달라져라.” (로레타 린)

‘틈새시장 공략’은 마케팅 교과서의 기본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렵고 위험한 전략 중 하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애초에 ‘길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패의 부담을 감수해야만 가능하다.

국내 항공사만 9곳. 포화 상태라 불리는 국내 항공업계에 올해 새로 등장한 파라타항공이 바로 그 길 위에 서 있다. 전신인 플라이강원을 잇는 저비용항공사(LCC)이지만, 서비스 품질은 국적항공사(FSC)에 가깝게 끌어올리고 장거리 노선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자는 추석 연휴 기간 김포~제주 부정기편에 투입된 파라타항공 A330-200을 ‘내돈내산’으로 탑승했다. 정식 취항을 앞두고, 긴 연휴 기간 수도권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파라타항공이 준비한 항공편이다. 지난 2~9일 김포~제주 구간 탑승률은 97%, 10~12일 제주~김포 구간은 99%를 기록했다. 명절기간임을 감안했을 때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김포공항 탑승동에 G13게이트에 파라타항공 탑승을 안내하는 문구가 떠 있다. [김포=김성우 기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표방하는 컴포트 플러스 좌석 [김포=김성우 기자]


보다 넓은 좌석, 그만큼 편안한 승선감


기체는 널찍한 광동체 구조로, 최대 1만2000㎞ 장거리를 논스톱 비행할 수 있다. 이날 투입된 객실 승무원은 11명. 국내 항공사 기준으로는 ‘최다’에 가까운 인원이다. 신생 항공사의 ‘남다른 포부’가 객실 첫인상부터 느껴졌다.

좌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급 ‘컴포트 플러스’와 일반 이코노미 ‘컴포트’로 나뉜다. 배열은 각각 2-3-2, 2-4-2 구조로, 시트의 두께부터 일반 LCC와는 확실히 달랐다. 두툼한 가죽 시트가 안정감을 줬고, 공간감도 넓었다.

직접 앉아보니 체감 차이는 확실했다. 기자는 이코노미 맨 뒷자리를 골랐다. 체중 0.1톤에 가까운 성인 남성이 앉아도 좌석 간격이 넉넉했다. 앞좌석과 무릎 사이에는 주먹이 세 개는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맨앞좌석과 비상구 좌석은 다리를 쭉 뻗고도 공간이 남았다. 파라타항공이 “국내 FSC·LCC 통틀어 좌석이 가장 넓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를 실감했다.

등받이는 기존 이코노미석보다 한결 완만했다. 몸이 자연스럽게 기대졌고, 장거리 노선에서도 허리에 큰 부담이 없을 듯했다. 시트 밑 레버를 당기면 등받이 각도와 포지션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단거리 국내선 비행이지만, 장거리 감각을 예고하는 세팅이었다.

오후 4시 50분.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가 속도를 끌어올리더니 매끄럽게 떠올랐다.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광동체 특유의 묵직한 안정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객실 승무원의 안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김포=김성우 기자]


이코노미석인 컴포트 좌석의 공간배치 [김포=김성우 기자]


세심한 서비스, 장거리 준비도 한창


고도를 잡자 승무원들이 움직였다. 잠시 뒤, 트레이 위에 낯선 음료가 놓였다. ‘피치온보드(Peach on Board)’. 파라타항공이 직접 개발한 시그니처 음료다.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했지만, 맛은 의외로 절제돼 있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목 넘김이 깔끔했다. 한잔을 비우자 은은한 복숭아 향이 입안에 남아 또 한 모금이 생각났다.

이 음료에는 후발주자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요즘 LCC 업계는 기내 음료까지 유료 판매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행에 꼭 필요한 건 기본적으로 제공하자’는 방침을 세웠다”며 “물 대신 우리 브랜드를 상징할 수 있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사내 시음회를 열었고, 협력업체와 미팅을 거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피치온보드’는 단순한 복숭아 음료가 아니라, 파라타항공이 내세우는 브랜드 방향의 상징인 셈이다. 작은 서비스 하나에도 ‘남들과 다르게’라는 신생 항공사의 철학이 배어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화장실 위치다. 이코노미석 중에서도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맨 앞좌석 옆에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좌석 등급상 가장 쾌적해야 할 공간이지만, 장거리 비행 시에는 일부 승객에게 불편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비행에서도 화장실 위치를 묻는 승객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공기가 객실 앞뒤로 화장실을 분산 배치하는 것과 달리, A330 기체 구조상 동선이 앞쪽으로 집중된 탓이다.

현재 파라타항공은 11월 국제선 취항을 목표로 장거리 운항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좌석별 엔터테인먼트(IFE) 시스템도 유관 부서에서 구체적 형태를 검토 중이다. 기내식과 같은 서비스도 제공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파라타항공 측은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고객 반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일부 승객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좌석 내 설비나 안내 표시는 향후 정기편 운항 전까지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포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오후 6시쯤 제주 상공에 진입했다. 착륙 직전까지 기체는 조용했고, 좌석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컴포트 좌석 맨앞자리. 다리를 쭉뻗어도 공간이 남을정도로 여유가 있다. [제주=김성우 기자]


피치온보드 음료 [제주=김성우 기자]


‘포화상태’ 항공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


최근 국내 항공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하늘길이 다시 열렸지만, 동시에 LCC가 급증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운항 재개와 인력난, 항공기 리스비 상승이 겹치며 다수 항공사가 경영 압박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시장 구도는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대형 국적항공사(FSC)가 한 곳으로 통합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파라타항공이 겨냥한 위치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중간 지점, 이른바 ‘하이브리드 항공사’다. 이미 같은 콘셉트를 에어프레미아가 지향하고 있지만, 파라타항공은 더욱 실속 높은 서비스와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밖에도 섬 지역 운항을 중심으로 한 섬에어, 지방공항 연결망을 구축 중인 하이에어와 코리안익스프레스에어 등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 시장은 다시 한 번 ‘재편의 바람’이 불 조짐이다. 국내 하늘길은 1개의 FSC와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항공사들의 경쟁구조로 재정비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후발주자인 파라타항공은 확실히 ‘남들과 다르게’ 기억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윤철민(오른쪽 네 번째) 파라타항공 대표이사와 윤희종 위닉스(왼쪽에서 4번째) 회장, 1호기 도입비행팀 기장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파라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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