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3) 중앙은행 김선홍 행장

 
▲ 중앙은행 김선홍 행장은 한인은행권의 성장세를 함께 하는 가운데서 내실과 안정화를 다지는 데 주력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된 것을 가장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사진 /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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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방식을 하나의 스타일로 구분하자면 중앙은행 김선홍 행장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쪽이다. 주위의 평이 대체로 그렇다. 한마디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긴다는 뜻일게다. 그에 대한 인식은 두갈래로 나뉘고 있다. 조직과 업무 전반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만큼 판단과 결정의 정확도가 높다.긍정적인 관점이다.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까지 최고경영자가 파고드는 만큼 하부 조직이 고단하다. 부정적인 뉴앙스다.

개인의 경영스타일을 객관화해서 정답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이 이래라 저래라할 성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직이 맞춰서 따라야지요. 그럴 수 없다면 함께 일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김 행장과 8년 가깝게 일해온 중앙은행 안상필 부행장의 코멘트도 간명하다.

하긴 그렇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과 결과일 터이다. 운영방식의 옳고 그름은 결과에 의해 재단되지 않겠는가.

중앙은행은 김 행장이 사령탑이 된 98년부터 지난 8년 동안 달콤한 성장을 맛보았다. 물론 다른 한인은행들이 같은 시기에 함께 성장과 번영을 누렸다. 그렇다 해도 ‘김선홍의 중앙은행’이 성장 속에서 이뤄낸 안정성과 내실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평이다.

뭐니뭐니해도 외형으로 볼 때 김행장이 취임했던 98년 당시 중앙은행의 자산규모가 3억달러였지만 8년이 지난 지금 5배에 이르는 15억달러로 불어난 사실은 아무리 외적 요인이 한인 금융권의 공동 성장에 깊이 작용했다손 치더라도 가볍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성장의 흐름에 김행장이 ‘운 좋게’ 실려 있었다는 게 아니라 최고경영자로서 도도한 상승의 물결을 잘 타고 갈 수 있게끔 중앙은행이라는 선박을 과부족없이 조타해온 선장으로서의 역량이 결정적으로 기능했다는 말이다.

김 행장 스스로가 세가지로 요약하는 중앙은행의 내실있는 성장요소가 바깥에서 평가하는 부분과 일치한다는 점은 의미있다.

내실의 구체적인 알맹이로 김행장은 먼저 은행 직원들의 금융기법 향상을 꼽는다.

“예를 들어 정부 감독기관에서 대출서류를 감사하면 과거엔 숱하게 지적을 받곤 했지만 요즘들어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만큼 행원들의 실무력이 발전 된 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감독 기관이 주문하는 각종 규제나 규정 등에 은행이 잘 부합하고 있는 측면 또한 은행 전반의 조직 체계가 팽창한 경제규모를 소화하기에 충분할 만큼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것이 두번째 내실의 요소로 꼽혔다.

세번째야말로 중앙은행이 한인금융계는 물론 메인스트림쪽을 포함했을 때도 상위권에 오르는 실적배양의 요인이 될 듯하다.

“은행권의 성장세 속에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면 열매의 단맛이 있었겠어요?”

한인 은행들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업계의 불꽃 튀는 경쟁을 촉발했다. 뻔히 보이는 실적경쟁을 통해 길러진 조직과 조직원들의 생존력. 그것은 교육 개발과 다채로운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 창출 등을 통해 강화된 최상의 수확이다.

미주 한인사회의 기업들이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임직원들에 대한 연수나 계발기회 제공 측면에서 성장속도에 비해 ‘원시적’인 상황에 비춰 볼 때 김행장은 지난 8년 동안 이 부문에 대해 누구보다 집중력을 갖고 투자했다고 했다.

“새로운 사원들이 들어오면 몇달 동안은 아예 없는 셈 치고 자질과 실무력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과 기회를 주려고 했다”는 말에서 인력개발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생각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들, 이를 테면 팩스및 이메일 뱅킹이라든가, 뱅크투유(Bank2You)나 뱅크투CPA(Bank2CPA), 랩탑 론 서비스, ACH 다이렉트 뱅킹 등은 그와 같은 조직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분위기에 힘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소산이다. 조직의 크리에이티브가 높을 때 경쟁에 대한 준비나 자신감은 덩달아 고무될 것임은 자명하다.
김행장이 즐겨 쓰는 낱말이 있다. 프로액티브(Proactive)-. 한 마디로 미리 미리 알아서 챙기라는 뉴앙스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선 필수적인 덕목이지요. 행장님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안 부행장의 귀띔이다.

일종의 유비무환의 정신이다. 사전 대비책을 한발 앞서 강구하는 일에 무게를 두다 보면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살피게 마련이다. 김 행장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스타일과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학업적 원류에서 그같은 스타일의 배경이 짐작된다. 한치의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톱니바퀴를 연상하면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 이전 김행장은 지난 2003년 한미은행과 합병한 퍼시픽 유니온 뱅크의 전신 캘리포니아 코리아 뱅크와 한미은행【?실무를 다졌다. 론 오피서에서부터 지점장에 이르기 까지 현장의 각 분야를 두루 거친 이력으로 행장에 오른 만큼 현장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남다르다.

중앙은행이 김 행장 체제에서 거둔 성과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이 17개로 늘어난 지점망이다. 누구보다 미주 각 지역의 중앙은행 네트워크 확장에 포인트를 맞췄다.

이미 LA다운타운 지점과 올림픽 지점은 자체 자산규모가 2억달러에 이른다. 1억달러 이상의 크기를 갖춘 지점도 6개나 된다.어지간한 중소 은행 규모들을 지점망에 두고 있을 정도로 지점 대형화에 성공한 사실은 김 행장의 실적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매김된다.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추진력이라는 말로 김 행장을 지칭하는 은행권 인사들의 인식은 그래서 생겼을 게다.

김행장은 자신의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력을 짚어나갈 때 무심코 “나는 홈보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인 경제사회의 성장과 호흡을 같이 해온 실무 출신, 자생적으로 로컬에서 잔뼈를 키운 금융인이라는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는 표현이다.

성장과 경쟁의 다른 귀퉁이에서 신설 은행으로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조직 관리의 책무는 최고 경영자에게 늘 무겁다.

뜻밖에 김 행장은 인력 유출에 대해 다소 방임적이다.

” 개인의 선택 아닌가. 내가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일이다. 당사자가 좋은 경력을 쌓은 뒤 보다 나은 조건으로 이동하는 일은 일단 좋게 봐줘야 한다.”

대신 그 개인의 선택이 현재의 조직에 머물러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실력 있고, 실적 좋은 역량있는 조직원들에 대해 최대한 보상하고 격려하며 오르막을 성큼 밟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방안을 찾느라 늘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조직 결속의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일상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임직원들과 허물없이 얘기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중앙은행은 지난 18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오는 23일에는 윌셔 이벨극장에서 한인사회의 동포들을 초청, 20주년 기념 이벤트를 갖는 것으로  기념식을 대신한다. 김행장은 “한인 경제의 성장에 한 축을 담당했다는 증거”로서 중앙은행 창립 20주년이 갖는 의미를 요약했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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