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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흡혈귀, 은둔형 외톨이 등 일찍이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극장가에 몰려온다. 불황에 내던져진 한국영화가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에서 찾아낸 상상력이다. 먼저 오는 4월 2일 개봉하는 ‘그림자살인’은 고유한 캐릭터로 탐정 시리즈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야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탐정추리소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명탐정 홈즈’ 시리즈의 짝패인 홈즈-왓슨 박사처럼 탐정과 조력자를 콤비로 내세운 미스터리 추리 영화다. 일제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한 사설탐정이 주인공. 황정민이 ‘홍진호’라는 경찰 출신 탐정 역을 맡았고, 그의 조력자로는 의학도인 광수 역할로 류덕환이 호흡을 맞췄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는 사람 피를 빠는 신부(송강호 분)가 주인공이다. 한국영화에서도 흡혈귀가 등장하는 공포영화가 드물게 만들어지긴 했으나 서구권 영화의 아류작에 그쳤을 뿐 주류에서 진지하게 접근한 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흡혈을 해야 하는 처지와 종교적 구원을 희구하는 성직자의 사명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 신부가 불륜에까지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긴 이빨로 처녀의 목을 빠는 드라큘라가 상징하는 것처럼 ‘흡혈’은 성적인 의미가 매우 강하다. ‘박쥐’ 역시 불륜을 모티브로 높은 수위의 성적 묘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탐정이나 흡혈귀 모두 매우 서구적인 전통을 갖는 캐릭터로 국내 관객에게 어떻게 수용될지가 관심사다. 최근 일본화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맞춰 이른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형 캐릭터의 다양한 변주도 괄목할 만한 추세 중 하나다. 세상과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스스로 유폐된 생활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4월에서 5월로 개봉일을 연기한 정재영 정려원 주연의 ‘김씨표류기’가 대표적이다. 극중 정재영은 한강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밤섬에 떨어진 후 그냥 홀로 야생 상태로 살아가기로 한다. 그를 발견하고 인연을 맺게 되는 여성 역시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다. 박희순 강혜정 주연의 ‘우리집에 왜 왔니’는 자살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남자와 엉뚱하기 짝이 없는 정체불명의 여성 사이의 기이한 동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했다. 그런가 하면 이색 직업의 세계를 소재로 한 작품도 눈에 띈다. 고가의 작품을 둘러싼 미술계의 음모를 소재로 한 ‘인사동 스캔들’에서 김래원은 고미술품 복원사로 등장한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