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절차 잘못돼도 증자목표 달성”

▲한미뱅콥 노광길 이사장이 26일 지난 4개
월여 동안 우리금융지주측과 벌여온 투자유
치 계약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0 Koreaheraldbiz.com

“그렇잖아도 얼굴 좋아졌다고들 합디다”
 
우리금융지주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날인 26일 한미뱅콥 노광길 이사장은 정기 이사회 도중 잠깐 시간을 냈다. 아닌게 아니라 노 이사장의 얼굴에선 윤기마저 흘러내리는 듯 했다. 비록 대주주는 바뀌어도 30여년 가까이 미주 동포사회의 대표은행으로 자리해온 한미를 살려내는 빅딜을 성사시킨 홀가분함이 가득했다.
 
노 이사장은 사실상 3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자본금 확충이 담긴 이번 계약을 위해 뱅콥 이사진으로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고 지난 1월 중순부터 4개월 여동안 서울과 LA를 5차례나 왕복했다고 한다. 그가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을 만난 날이 1월 15일. 그로부터 꼬박 131일 동안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지난 24일 오전부터 최종적인 계약서 문구 검토작업에 돌입, 25일 새벽 1시 30분에야 양측 변호사들을 대동하고 서명을 마칠 수 있었다. 한미의 운명을 어깨에 걸머지고 뛰어다닌 속내를 맛보기로나마 들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우리금융지주와 본격적으로 접촉한 게 언제부터 였습니까. 그쪽이 먼저 제안했나요.
 
▲작년 5월 리딩투자증권이 IWL과 함께 우리금융 계열사들인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 등과 함께 1억달러 이상 투자하겠다고 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지요. 그 사람들은 ‘한미펀드’를 조성, 이미 1억달러를 확보했다고 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사모펀드가 미국 은행에 투자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에서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느꼈지요. 그래서 지난 1월 15일 서울로 날아가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 회장은 다른 한국의 금융그룹들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한미은행의 브랜드를 더 키워서 우리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싶다는 요지를 여러번 강조하더군요. 그로부터 꼭 사흘 뒤인 1월 18일자로 투자의향서(LOI)를 받아 LA로 돌아왔지요.
 
-주당 인수가격 1.20달러는 언제 결정됐습니까.
 
▲우리금융측의 실사가 2월부터 거의 2개월에 걸쳐 정말 꼼꼼하게 이뤄졌습니다. 한미도 상장은행인지라 감독국과 회계기관의 감사를 수시로 받는데 그에 따른 서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거의 모든 대출을 하나씩 심사하며 실사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지요. 상호 계약조건이 담긴 서류를 작성한 게 3월 10일이었습니다. 그때 이번 계약의 주요 내용은 모두 만들어졌지만 가격만은 추후 협상하기로 하고 남겨뒀지요. 5월 1일부터 열흘 동안 제가 변호사 2명과 브라이언 조 CFO, 재정고문 등 10여명과 함께 한국에 다시 가서 가격을 협상했습니다. 1.20달러는 사실 1월에 투자의향서를 작성할 당시의 가격이지요. 그 이후의 가격오름세를 반영해주도록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런 현상들이 우리금융의 한미 투자설에 따른 효과라고 상대방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길래 받아들였습니다.
 
-계약이 무산될 뻔한 고비는 없었나요.
 
▲몇차례 있었지만 다 잘됐으니 나중에 밝힐 기회가 있겠지요. 우리금융의 민영화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까 싶어 걱정스럽기도 했고, 한국내에서 어려움에 처한 은행을 왜 인수하느냐는 쪽으로 여론이 나올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의 금융회사가 글로벌화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우리금융측을 설득했고 이팔성 회장도 그런 제 의견에 늘 공감했습니다.
 
-추가 증자 1억2천만달러에 관한 내용이 돋보이던데요.
 
▲그건 제가 생각한 방안입니다. 사실 우리금융측은 반대했어요. 2억1천만달러 주식매입과 함께 추가 증자액도 동시에 마치자고 하는 걸 제가 기존 주주들의 권리주 배정 등의 방식을 제안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신주 청약 등 추가증자는 7월 12일이 마감입니다.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건에 관한 감독당국의 승인절차는 그보다 더 늦게 이뤄지거든요. 만에 하나라도 승인절차가 잘못되더라도 한미는 1억2천만달러의 자본을 확보해둔 상태가 되니까 감독국이 요구한 증자목표는 달성하게 되는 셈입니다.
 
-어쨌든 한미의 주인이 바뀐다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감회가 교차하겠습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앞으로 우리금융이 현지 한인사회를 잘 아는 인력과 힘을 합해 은행을 더 키워낼테니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렵니다. 우리금융은 경영권 인수절차가 끝나더라도 한미은행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고, 이사진 구성에서도 기존 이사를 3대2 비율로 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미를 존중하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황덕준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