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형곤 기자 ] “소문 난 연애치고 결혼(M&A) 하는 것 못 봤다”(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승유 회장의 용퇴가 합병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이종휘 우리은행장)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차 총회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CEO들이 해외에서 인수 설전을 벌였다. 얘기는 김승유 회장측에서 먼저나왔다. 이 행장보다 하루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승유 회장은 “돈은 어느 정도 들어갈 것이고 (유치할 수 있는) 투자할 만한 돈은 많다. 요즘엔 (은행의) 규모가 큰 게 나은데 소문 내놓고 연애하는 사람치고 결혼 하는 것 못 봤다”고 말해 우리금융 합병을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회장은 또 “일본 모 3개 은행은 합병 후 각 회장과 부회장이 6명에 달했는데 (구조조정이 안되니) 합병효과가 안 난다”고 면서 합병후 구조조정이 불가피함도 내비쳤다. 그는 노무라, 씨티, GE 등을 예로 들며 “40~50대에 CEO를 시켜서 10여년 정도(65세까지)하는데 CEO는 젊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43년생 만 67세로 이팔성 회장과 어윤대 회장의 고려대 2년 선배다. 어윤대 KB국민지주 회장도 “KB금융은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관계로 인수여력이 없지만 지금쯤 하나금융이 한창 자금을 모으고 있을 것”이라고 군불을 땠다. 어 회장은 이어 “신한사태는 체크밸런스(상호견제)의 문제인데 (일본) 사외이사들이 잘 하다가 결국 견제가 안된 것 같은데 (KB금융도) 그동안 사외이사 제도에 문제가 있어 견제를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우리금융 이종휘 행장은 발언의 강도을 높였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나 고객구성, 맨파워 등이 모두 (하나은행에) 앞서기 때문에 우리금융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하나쪽이 인수할 수는 없어 어차피 합병해야 하는데 합병법인의 중심은 우리은행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은행의 지배구조 문제를 묻는 질문에 ” 하나금융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김승유 회장과 관련해 용퇴 등 신상변동 이야기가 들리더라. 본인이 하나금융의 발전을 위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김승유 회장) 본인의 용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하나의 카드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다만 “김승유 회장이 물러나면 하나금융과의 합병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엔 말을 아꼈다. 이 행장은 “(김승유 회장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동문이고 선후배니까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지 않겠냐”면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 행장은 “(김승유 회장은) 학교 등 갈 데도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의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도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 행장의 언급은 합병과 관련해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선 아예 “합병불가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 을 교묘하고 다른말로 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매우 불쾌한 반응이다. 한편 이종휘 행장은 자신의 연임과 관련, “동일 임기중 경고를 2회 이상 받으면 3년안에 재선임이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단서 조항으로 인수합병 등 특수 상황에서는 예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합병을 하면 특수상황이 될 수 있고 수석부행장 때 1회, 은행장 때 1회 받은 거니까 동일임기 중 2회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