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들 대출 딜레마

경기진작 위해 대출 활성화 필요
무책임한 대출 악순환 되풀이 우려
금융시스템 안정화 우선돼야

극심한 불경기에서 은행들이 대출에 인색해 수많은 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7000억달러라는 금액을 지원했음에도 은행들이 대출활성화에 적극적이지 않아 경기침체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자본금 확충, 유동성 확보, 자산건전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기관들로서는 금융감독기관들의 서슬퍼런 감사에 시달리다 문을 닫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튼튼한 자본상태를 유지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요구와 감독기관의 요구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걸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선 주택시장 붕괴 이후 불경기-기업활동 위축-부실대출 급증-금융기관 자본비율 및 유동성 악화-대출활동 위축으로 이어진 메트릭스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제대로 된 기준없이 무책임하게 이뤄진 대출들이 발단이다. 경기가 호황이었을때야 제대로 된 서류 검증 없이 집마저도 살 수 있었지만 이같은 무책임함은 경제위기의 발단이 됐다.
덕분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게 됐고 이는 자본금을 깎아먹게 되니 자본금 확충이 가장 중요하게 된 것이다.

대출활성화와 금융시스템 안정 두가지 모두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이 없는 대출활성화는 말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금융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것은 은행들이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버틸 자본금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린다면 현재의 경제위기가 찾아오게 된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한번 재연돼 같은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 자명하다.

일자리 창출 등의 이슈가 함께 해결돼야겠지만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튼튼히 하고 자본상태를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기회복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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