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달러 굴리는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실체는

구겐하임
LA 다저스의 대주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마크 월터 CEO(왼쪽에서 세번째)가 매직 존슨(오른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투자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700억달러 자산은 브랜드 전략의 성공”

괴물 투수 류현진이 입단해 더욱 한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LA 다저스. 지난해 새로운 주인을 맞아들이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구겐하임 파트너스(다저스 대주주)’라는 이름은 생소하기만 했다. 일부의 미술 애호가만이 뉴욕 소재 구겐하임 미술관과 이들이 무슨 관계일까 하는 의문을 내비쳤을 뿐이다.

구겐하임 가문의 역사는 지난 1881년 단돈 5000달러에 매입한 콜로라도주 탄광(납과 은을 채광하는)과 함께 시작한다. 구겐하임 가문은 이 탄광을 기반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해 불과 수십년 만에 미국에서 열 손가락안에 꼽히는 부호로 떠올랐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뉴욕의 명소로 꼽히는 구겐하임 박물관은 구겐하임 가문의 사회 환원 사업 프로젝트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박물관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박물관이 특정 물품만 전시한다는 선입관을 깨고 ‘일상품도 예술이다’는 캐치 프레이즈 하에 문턱을 크게 낮춰 박물관에 가지 않던 사람까지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실제 지난 1990년 연 45만명이던 관람객 수는 16년 만에 300만명 수준을 넘어섰다.
 
또 다른 박물관과 제휴해 다양한 기금 조성을 위한 전시회를 구겐하임이라는 이름하에 주최했고 이는 곧 구겐하임 박물관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구겐하임의 이런 브랜드 전략은 지난 1990년대 말 가족 사업을 투자 그룹으로 확대하면서 더욱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가족들의 자산 50억달러를 기반으로 시작한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각 분야의 최고 고수를 끌어들여 이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일부 투자그룹이 오너의 독단적 경영에 따라 실패를 맛본 것과는 크게 다른 사례다.

삼고초려 끝에 모셔 온 자산 관리의 달인 마크 월터(현 CEO)와 파이낸스와 대출, 정크 본드 전문인 토드 보힐리 등 경영 수뇌부는 구겐하임이라는 가문의 명성과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별 컨소시움 형태의 경영전략을 도입했다.
 
각 사업별로 합당한 투자자와 연계하는 이 전략은 매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 불과 14년만에 관리 자산 1700억달러로 급증했다. 타 그룹이 위험성 높은 부동산 및 증권 사업에 치중하는 사이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개별 사업에 분산 투자하면서 자신들의 자본 투자 위험은 최소화 하면서 세계적 경기 불황도 비켜갔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구겐하임 프로젝트라면 앞뒤 볼 것 없이 달려드는 상황이다.
 
구겐하임 그룹은 수년 전부터 LA를 중심으로 한 스포테인먼트 사업을 새로운투자 종목으로 정했다. 각종 인기 쇼프로를 제작하는 딕 클락 프로덕션(3억6000만달러)과 할리우드 리포터 지를 수억 달러를 투자해 사들이면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매직존슨과 손잡고 LA 다저스도 사들였다.
 
다저스 매입 역시 구겐하임의 브랜드 전략의 성공 사례다. 마이너 투자자이지만 지역스포츠의 상징성이 강한 매직 존슨(5000만달러 투자)을 전면에 내세운 후 자신들은 스탠 캐스턴과 바비 패턴 등 유력 투자자들을 모아 자본을 마련했다.
 
다저스 구단 매입가격 20억달러 가운데 구겐하임 파트너스쪽 자금이 14억1333만달러에 달한다. 투자 지분율로 보면 70.67%이다.
 
스포츠 구단 인수가로는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지만 타임 워너로부터 향후 25년간 70억달러의 중계권을 확보해 과잉 투자라는 지적을 무색하게 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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