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댁의 대사는 통쾌한 맛이 있다. 임실댁은 구시렁구시렁하고 중얼거리다가 촌철살인급 대사가 나온다. 만약 임실댁이 없다면, 밉상며느리와 기센 슬기 고모, 시어머니의 강한 연기가 빛을 잃게 된다.

‘세결녀’에 나오는 인물들은 배배 꼬여 있는 경우가 많다. 임실댁의 안주인 최여사는 돈을 밝히는 속물에 억센 성격이고, 최여사의 딸이자 채린(손여은)의 시누인 정태희(김정난)의 성깔도 보통은 아니다. 채린은 다소곳한 듯 하지만 태원(송창의)이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슬기를 보기 싫어할 정도로 이기적이며 거의 호러물 수준의 성격을 드러낼 때도 있다. 그속에서 태원(송창의)이 그나마 정상 같지만, 자신의 의지로 재혼한 것이 아니라는 점, 재혼하고도 너그럽게 아내를 감싸 안지 못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임실댁은 모난 인물들이 많은 그런 가정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할 말 다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켜나간다. 모나고 억센 인물들을 약간 조롱하는 듯한 임실댁의 대사와 때로는 푸념 등의 형태로 나오는 셀프 디스는 시청자의 관점을 대변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임실댁은 코믹 캐릭터는 아닌데도 재미있다. 전라도 사투리를 찰지게 구사해서 코믹하게 느껴지는 듯하지만, 대사 내용을 보면 의미심장할 때가 많다.
임실댁은 3월 1일 방송에서 “이 집 며느리 자리가 어디 쉬운 자리요”라고 했지만, 슬기를 때린 계모를 발견하고는 “너 나쁜 년이야. 나 못참아”라고 말했고, 돈으로 입막음을 하려는 계모에게 “필요없어. 너 끝나버렸어”라고 당차게 잘라말한다. 임실댁은 채린이 슬기를 구박하다 남편(송창의)에게 이혼하자는 소리를 듣고 가출했을때, “그래도 한 솥밥 먹고사는디 그러면 인심 어디 쓰겄쓰라우”라며 그 집에서는 유일하게 찾아나섰던 사람이다. 집안에 자신의 편이 한 명도 없다며 속상해 하는 채린에게 “밥은 먹어라”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임실댁의 몇몇 대사, 가령, 사돈집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며느리에게 상속분이 없음을 알게 된 김용림이 체해 몸져 눕자 “밥이 체한 게 아니라 욕심이 체했지. 그란디 김치국물이 욕심도 삭힐랑가는 모르겄네”라고 말한 것과 “계모로 들어왔으면 계모 표시 안 내고 성의껏 살아야지 그렇게 내놓고 표를 내샀냐”라고 며느리 채린을 다그친 말, 또 자신을 고자질 했다고 따지는 최여사에게 “상감도 먹는 게 뒷구멍 욕”이라고 한 말 등등은 어록으로 착착 쌓여가고 있다.
허진의 사투리 섞인 생활형 연기는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잘 나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출연제의가 사라지면서 무려 10년을 고생한 인생 내공까지 합쳐져 ‘임실댁‘ 허진의 연기는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