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박찬경 감독 “미천하게 여겨지는 무속신앙, 하나의 예술로 인정 받아야”

무속신앙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하나의 문화적 예술가치로 알리겠다는 박찬경 감독이 신작 ‘만신’을 내놨다.

‘만신’은 일제강점기 14살의 금화가 고통스러운 신병을 앓으며 유년 시절을 보내다 신내림을 받고 신과 함께 성장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나라만신으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담았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무속신앙을 다룬 이야기만큼 우리나라의 색깔을 생동감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본지는 개봉을 앞두고 박찬경 감독과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만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신’은 문소리, 류현경, 김새론이 3인 1역을 연기했다. 어린 금화는 김새론, 청년기는 류현경, 성인의 이야기는 문소리가 연기했다. 라인업만으로도 ‘만신’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박찬경 감독은 이같은 화려한 캐스팅이 완성될 수 있었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배우들이 고맙게도 다 출연을 하겠다고 해줘서 제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웠어요. 세 명이 한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캐스팅 라인을 한 세트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셋이 분명한 연관이 있어야했죠. 만일 문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캐스팅이 됐다면 나머지 류현경과 김새론의 캐스팅도 달라졌겠죠. 연대기별로 나눠져 있는 것을 연결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참 잘 해내줬어요.”

“문소리는 무속신앙이 굉장히 고단하고 억압받던 시절을 연기했어요. 그 힘든 상황 중에서도 김금화 선생님 특유의 낙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문소리는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답게 경험해본 적 없는 굿하는 장면 등 모든 장면을 훌륭히 소화했어요. 함께 해줘서 영광이죠. 류현경은 소녀 금화가 신내림을 받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필요했어요.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워낙 연기를 오래 한 친구라 특별한 디렉션 없이 알아서 척척 해냈죠. 새론이는 연약하고 귀엽지만 소녀의 광기를 보여줬죠. 어른들 사이에서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대단한 재목이예요. 아역들 중에서 영악한 친구들이 꽤 있는데 새론이는 털털하고 영악하게 구는 면이 전혀 없어요. 굉장히 자유롭고, 연기를 즐겁게 해요.”

‘만신’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영화다. 김금화의 영상과 시대별로 배우들이 당시의 김금화를 연기한다. 박찬욱 감독은 어느 한 장르로 김금화의 일대기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해 이러한 연출을 시도했단다. 박찬경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속신앙의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이유를 물어봤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분들은 할머니예요. 옛날부터 할머니라는 존재는 시부모에 남편, 자식들까지 챙기며 살아왔죠. 그런 힘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 할머니는 가장 무력해요. 가장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기도에 있어서 가장 간절하죠. 기도의 간절함에서 할머니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무당은 그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들의 기도를 하늘에 전해왔어요. 자료를 보면 무당이 있는 곳에는 항상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계시죠. 그 곳에서 술도 마시고 떡도 먹고, 일종의 굿은 해방이었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무당은 점이나 봐주고 퇴마를 해주는 사람으로밖에 여기지 않고 있어요. 매체에서도 우습거나 미천하게 그려지죠. 무당은 가장 간절한 기도를 전하고 한을 풀고 복을 나누는 사람이예요. 그런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우리가 우리 문화를 멸시하는데 어떻게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영화는 ‘자멸감 속에서 자기를 혐오하며,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져요. 그렇기 때문에 중교적, 선정적인 장면들로 구성하지 않고 무당의 삶을 당당하게 보여지는 것에 가장 염두를 두고 촬영했습니다.”

‘만신’은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모자가 바다 위를 가르며 날아간다던지, 마지막 장면을 김새론이 걸립을 하며 세트장을 돌아다니는 등 무당을 상징하는 장면들이 꽤 등장한다.

“영화를 볼 땐 스토리, 배우의 연기를 중점으로 보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기억나는 것은 장면, 또는 이미지입니다. 영화 전체를 하나의 굿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색감도 화려하죠. 한국의 문화를 떠올리면 백의민족을 많이 이야기하죠. 저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대마다 약간 색감이 다 달라요. 내림굿 할 때가 가장 화려해요. 가장 굿에 가깝죠.”

“모자가 바다 위를 날아가는 장면은 의미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로써 무속의 이미지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온 연출입니다. 굿을 많이 했었던 바다가 중요한 모티브라 그 점을 연결시키려 했어요.”

만신 김금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다는 이야기에 무속신앙을 중교문화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선뜻 응했다고 한다.

“김금화 선생님은 카메라에 익숙한 무당이예요. 평생 무속이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된 것이 한이 맺힌 사람이랄까요. 많은 사람들이 무속신앙을 하나의 예술, 중교문화로 받아들여주길 원하세요. 요즘은 보통 유명해지기 위해 미디어에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선생님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무속신앙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진 분이셔서 제 제안을 선뜻 응해주셨습니다.”

상업영화가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는 지금, 박찬경 감독의 영화는 그런 영화와 노선을 달리한다. 박찬경 감독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게 돼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예산이 다 확보된 상태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면서 펀딩을 받아야 했어요. 그러니 제작상에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죠. 다행히 인복이 좋은지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됐고, 김금화 선생님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셔서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습니다.”

오는 ‘만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찬경 감독은 벌써부터 차기작의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이유 있는 연출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지고 있는 박찬경 감독의 차기작은 벌써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차기작은 공포영화를 생각하고 있어요. 공포영화는 20억 미만 영화가 대부분인데 제가 생각하는 공포영화는 저예산 공포가 아니라 투자받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하고싶다고 다 되는건 아니니 언제 나온다고 말씀은 못드리겠네요. 하하.”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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