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에서 이러한 저력을 과시한 노영석 감독이 5년 만에 ‘조난자들’로 돌아왔다. ‘조난자들’ 역시 기세가 만만치 않다. 하와이국제영화(대상), 토론토국제영화제, 홍콩아시안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뉴욕필름코멘트셀렉트 등에서 수상과 호평을 들으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조난자들’은 은 한 겨울 폭설로 펜션에 고립된 시나리오 작가가 친절한 전과자, 수상한 사냥꾼 등 다양한 캐릭터들과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기막힌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노영석 감독 특유의 위트가 살아있는 스릴러 영화다.
앞서 언급했듯 ‘조난자들’은 개봉 전부터 해외의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싹쓸이했고, 노영석 감독은 ‘괴물신인 감독’이라는 위용을 과시했다. 이같은 수상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작용을 톡톡히 했다.
“해외에서 고맙게도 많이 불러주셨어요. ‘낮술’때는 사람 이야기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은데 ‘조난자들’은 장르적인 것이 섞여 있어서 ‘이 작품으로 영화제에 불려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쉬러 갔던 하와이었는데 상도 주니까 마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하하.”
‘조난자들’은 3억원의 제작비와 15회차로 빠른 시일내에 촬영이 마무리 됐다. 노 감독은 시간과 제작비가 부족했던 촬영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낮술’ 때는 제작비가 천만원이었는데 ‘조난자들’은 3원이라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은 편하게 찍은 줄 아시더라고요. 3억원도 턱없이 부족한 저예산이었어요.(웃음). 전문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라 3억원이 빠듯하더라고요. 시간도 부족해서 15회차. 돈도 시간도 없었어요. 촬영 중 하루, 이틀 정도 밖에 못쉴 정도였어요. 힘들고 피곤하게 찍은 기억이 나네요.”
“배우, 스태프들은 모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별로였어요. 100의 가치를 할 수 있었다면 50정도 밖에 할 수 없었던 현장이었거든요. 여유가 있었다면 더 좋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점이 있어요. 빠듯하게 촬영해서 현장 분위기를 챙길 새가 없었는데 좋다고 생각해줘서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다음에 작업하면 더 신나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죠.”
‘조난자들’들은 개봉 이후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노영석 감독 역시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말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전혀 없다.
“애초에 ‘조난자들’은 80년대 회사원들이 등산가서 조난당한 이야기였죠. 그러던 중 실제로 학수 같은 사람을 만나 아이디어를 얻어서 두 가지를 섞어보면 괜찮을 것 같아서 ‘조난자들’이 탄생하게 됐어요. 결말은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놨었고 시나리오를 여러번 수정하면서도 결말만큼은 이대로를 고집했어요.”
“관객과의 대화할 때 어느 관객 분은 ‘너무 무책임한거 아니냐’는 의견도 주시더라고요. 감독의 입장에서 무책임하게 영화를 찍진 않겠죠? 저한테는 리얼하게 다가오는 설정일 수도 있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를 수 있으니 그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군 시절에 ‘조난자들’ 결말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의 결론이 더 와닿았거든요.”

‘조난자들’은 설원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는 만큼 긴장감이 만연하다. 여기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한 껏 더 음산하게 만든다. ‘조난자들’ 음악 역시 노영석 감독의 손에서 태어났다.
“음악은 될 수록 적게 넣으려고했는데 애초에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들어갔어요. 작업을 하면서 음악이 더 효과를 주는 역할을 해야할 것 같아 처음 기획보다는 약간 힘이 더 들어갔어요. 긴장감을 억지루 준다기보다 그걸 도와주는 역할이었으면 했거든요. 저는 영화를 만들어가는 입장이라 이번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 지는 잘 모르겠네요.하하.”
‘조난자들’에는 전석호, 오태경, 최무성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앙상블을 이룬다. 시나리오 작가 상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의뭉스러운 학수, 그런 학수의 경찰 형, 개성강한 캐릭터의 어우러짐은 영화의 시너지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노 감독은 열연해준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사실 저는 시나리오를 마지막까지 수정하느라 캐스팅에 많이 신경을 못썼어요. 그러다보니 제작부, 연출부에서 먼저 캐스팅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죠. 저예산이고, 갑자기 촬영일정이 잡히다보니 유명한 배우들 중에서는 시간이 되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새 얼굴들과 으쌰으쌰하고 싶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오태경씨는 제가 어느 영화의 예고편을 봤는데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죠. 필모그래피를 보니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배우더라고요. 귀여운 소년이 의젓한 어른이 된거죠. 오태경씨가 궁금해서 어느 한 인터뷰를 읽어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빨리 30대가 되서 삶이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싶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배우의 태도가 참 좋은 느낌이었어요.”
“전석호씨는 주인공 캐스팅이 잘 안되서 연극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제가 마침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을 보게 됐어요. 관객들과 말하듯이 하는 연극이었는데 전석호씨가 출연했죠. 영화에 잘어울릴 것 같고 얼굴이 선하고 순해 보이는 얼굴이라 호감이 갔어요. 이후에 미팅을 대학로에서 했는데 전석호씨가 어떤 할아버지한테 친근하게 길을 가르쳐주더라고요. 예의바르게라기보다는 정말 손주처럼 친근하게요. 그 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같았고 같이 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캐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노영석 감독은 이미 세상에 던져진 ‘조난자들’보다는 차기작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바빴다. 지금도 자신이 신나게 쓸 수 있는 소재로 제작, 배급사 쪽과 이야기 중이다. 그만의 독특한 소재와 창의적인 결말, 연출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노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5년 만에 ‘조난자들’이 나왔어요. 그 동안 마냥 논 것은 아닌데 개봉이 좀 늦어졌네요.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고 지금은 또 부지런히 다른 작품을 준비해야 할 것 같네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