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일본 우익의 근거지 파헤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슈번의 후예들-왜 안중근을 죽이는가?’는 안중근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재판이 불법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를 배후조종한 일본 보수우익세력의 뿌리를 추적했다.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 발생지인 하얼빈은 중국내 러시아 관할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안중근 의사를 취조한 하루만에 일본법원에 넘겨졌다. 안중근 의사는 전쟁 중 교전자의 자격으로 행한 일이니 자신을 포로로 취급해달라고 했으며, 자신은 일본법으로 처벌받을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그 주장은 묵살돼 일본법을 적용해 사형이 선고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일본정부의 ‘극비’ 문서를 통해 당시 일본의 한 고위관리가 재판에 치밀하게 개입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국으로 건너 와, 안중근을 어느 법으로 처벌하고, 어떤 형을 내릴지 본국과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정부는 조속한 극형(사형)을 지시했고,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안중근의 재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으며, 이 정당하지 않은 재판 뒤에는 엄청난 배후의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법부는 정치적 결정을 그대로 수행했음이 드러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안중근에 대한 사형 집행의 배후 세력이기도 한 일본보수우익 근거지를 추적해나갔다. 일본 관방장관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라고 발언하고 아베 총리는 “안중근은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이다”라는 말하는 그 속에 감쳐져 있는 진짜 속내를 파헤치는 작업이다.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아베의 우익 DNA가 조슈 번(현 야마구치 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베의 친부인 아베 신타로,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와 작은 외조부 사토 에이사쿠, 고조부 오오시마 요시마사까지 모두 조슈 번 출신이었다. 특히 오오시마 요시마사는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일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인물이었다. 일본은 당시 청일전쟁 직전 남산에 대포를 설치해 경복궁을 겨냥했다.

게다가 이토 히로부미와 그 외 메이지 유신의 중심인물이자 한국 병탄의 대부분의 주역들이 모두 조슈 번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배후에는 이들의 스승이자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제작진은 조슈 번 출신 정치인들의 스승이자 아베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인 ‘요시다 쇼인’의 정체를 부족하나마 풀어나갔다. 일본보수우익이 태동한 두 근거지는 조슈 번(야마구치)과 함께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모 도시미치를 배출한 사쓰마 번(가고시마)이다. 이 둘 사이의 동맹을 이뤄내 메이지 유신이 가능하도록 한 이가 일본에서 최고 존경을 받는다는 사까모도 료마다.

조슈 번에서 우익 정치가와 지도자를 양성한 사람은 아베가 가장 존경한다는 요시다 쇼인이다. 야마구치(山口)는 시모노세끼 항구를 끼고 있는 현이다. 여기의 조그만 고을 하기(萩)시가 요시다 쇼인의 고향이다.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서양학문까지 배웠던 그는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사설학교인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열고 하급무사들을 가르쳤다. 그의 제자들은 메이지 유신 3걸중 한 사람인 기도 다카요시와 일본 초대 총리를 포함 4차례의 총리를 역임한 이토 히로부미, 비스마르크에게 군대제도를 배워 일본의 군제개혁을 단행하고 조선침략을 행한 군 최고실권자 야마가타 아리모토, 조선 공사가 된 미우라, 가츠라(가츠라 태프트 밀약의 장본인), 오시마 요시마사(아베의 고조부)등이다. 모두 일본에서 쟁쟁한 실력을 행사하며 우익의 대변자가 돼 메이지 유신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조선을 괴롭힌 사람들이다. 하기시에는 지금도 이토 히로부미의 별장이 그대로 있다.

‘그것이~‘ 제작진은 아베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1950년대에 자민당을 만들 때도 조슈번벌의 정신을 그대로 담았다고 취재 결과를 전했다.

그럼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그는 중국처럼 서구열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이 스스로 단결해 서구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시다는 중국이 서구 열강에 당하는 과정을 보면서 일본도 힘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에는 안된다고 보고, 거기서 손해를 볼 것을 아시아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아시아공영론’ 등으로 포장한 것이지, 실제 내용은 인접국들에게서 이익을 취해 보상받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셈이다. 대동아공영의 허구는 거기서 드러난다.

센가쿠 열도 분쟁을 일으키고, 오키나와를 침공하고,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것에 대한 생각과 논리가 모두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보수우익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중근에게 사형을 내린 불법 재판의 비밀을 밝혀내고 아베 신조의 우익 DNA와 그 배후에 있는 연결고리를 파헤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번 주 방송은 매우 뜻깊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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