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억류 도중 2명이 살해당하고 나머지 21명이 풀려났던 사건이 있었다. 피랍된 한국인들은 선교를 목적으로 국내 한 교회에서 파견한 기독교인들이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충분히 위험이 경고된 국제 분쟁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의로 감행한 이들에게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종교가 다른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국내 기독교 단체의 공격적인 선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테러 세력과 어느 선까지 협상해야 하는가 등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영화 ‘시선’(감독 이장호)은 이 사건을 비롯한 해외 테러 세력에 의한 한국인 피랍 인질 사건을 직접 소재로 취한 작품이다. 극중 사건이 발생해 국내에 소식이 전해지자,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도들에 대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적 논란을 넘어 종교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눈과 입으로 증거하는 믿음도 있으나 침묵으로 기도하고 내면으로 성찰하는 신앙도 있음을 말한다. ‘순교보다 거룩한 배교(背敎)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극중 대사는 기독교에 귀의한 거장 감독이 이른 종교적 성찰을 보여준다. 공교롭게 ‘노아’ ‘선 오브 갓’을 시작으로 ‘성서의 해’라 할만큼 할리우드에서 종교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이를 예견이나 한듯 기독교 영화 ‘시선’을 내놓았다. 기독인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기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시선’은 종교 영화로만 제한할 수 없는 작가적 주제의식과 사회 보편적 물음이 담겼다. 캄보디아의 숲으로 날아가 제한된 예산으로 촬영한 작품이기 때문에 ‘노아’ 같은 스펙터클이나 첨단의 영상은 없지만, 드라마엔 긴장감이 넘치고 인물들엔 살아 숨쉬는 리얼리티가 담겼다.
배경은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이 총칼을 겨누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상국가 이스마르다. 이곳에 현지 체류 선교사인 조요한(오광록 분)의 안내로 선교 봉사를 하고 있던 8명의 한국인들이 이슬람 반군세력에 피랍된다. 반군들은 이들을 인질로 한국과 이스마르 정부에 체포된 반군 지도자의 석방과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 명씩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한다.
영화는 사선에 서서 가식을 벗고 민낯을 드러낸 인물들의 인간적인 결점들을 보여준다. 현지 통역을 맡은 선교사 조요한은 겉으로는 사리사욕을 포기하고 신의 사명을 다하는 인물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여행 안내를 빙자해 뒷돈을 챙기는 속물이다. 가족과 헤어져 이스마르에 남아 있게 된 과거도 석연치 않은 인물. 선교단에는 한국에 아내를 두고도 현지에서 불륜행각을 벌이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점잖은 장로이자 기업인이지만 평생 아내를 구타하고 여자를 무시해왔던 이도 있다. 반군들의 위협은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선교단은 자신들 중 처형될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서로간의 갈등과 인간적인 결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반군은 또다시 선교단 스스로 종교를 배반할 것을 요구한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해 ‘바람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숱한 한국영화사의 걸작을 만들어왔다. 당대의 청춘을 열광시켰으며, 동시대 사회상을 탁월한 사실주의 감각으로 스크린에 투영해왔다. 이번 작품은 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데뷔 40주년 기념작이자 20번째 연출작, 1995년 ‘천재선언’ 이후 19년만의 신작이 됐다.

suk@heraldcorp.com

영화 ‘시선’(감독 이장호)은 이 사건을 비롯한 해외 테러 세력에 의한 한국인 피랍 인질 사건을 직접 소재로 취한 작품이다. 극중 사건이 발생해 국내에 소식이 전해지자,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도들에 대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적 논란을 넘어 종교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눈과 입으로 증거하는 믿음도 있으나 침묵으로 기도하고 내면으로 성찰하는 신앙도 있음을 말한다. ‘순교보다 거룩한 배교(背敎)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극중 대사는 기독교에 귀의한 거장 감독이 이른 종교적 성찰을 보여준다. 공교롭게 ‘노아’ ‘선 오브 갓’을 시작으로 ‘성서의 해’라 할만큼 할리우드에서 종교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이를 예견이나 한듯 기독교 영화 ‘시선’을 내놓았다. 기독인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기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시선’은 종교 영화로만 제한할 수 없는 작가적 주제의식과 사회 보편적 물음이 담겼다. 캄보디아의 숲으로 날아가 제한된 예산으로 촬영한 작품이기 때문에 ‘노아’ 같은 스펙터클이나 첨단의 영상은 없지만, 드라마엔 긴장감이 넘치고 인물들엔 살아 숨쉬는 리얼리티가 담겼다.

배경은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이 총칼을 겨누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상국가 이스마르다. 이곳에 현지 체류 선교사인 조요한(오광록 분)의 안내로 선교 봉사를 하고 있던 8명의 한국인들이 이슬람 반군세력에 피랍된다. 반군들은 이들을 인질로 한국과 이스마르 정부에 체포된 반군 지도자의 석방과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 명씩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한다.

영화는 사선에 서서 가식을 벗고 민낯을 드러낸 인물들의 인간적인 결점들을 보여준다. 현지 통역을 맡은 선교사 조요한은 겉으로는 사리사욕을 포기하고 신의 사명을 다하는 인물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여행 안내를 빙자해 뒷돈을 챙기는 속물이다. 가족과 헤어져 이스마르에 남아 있게 된 과거도 석연치 않은 인물. 선교단에는 한국에 아내를 두고도 현지에서 불륜행각을 벌이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점잖은 장로이자 기업인이지만 평생 아내를 구타하고 여자를 무시해왔던 이도 있다. 반군들의 위협은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선교단은 자신들 중 처형될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서로간의 갈등과 인간적인 결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반군은 또다시 선교단 스스로 종교를 배반할 것을 요구한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해 ‘바람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숱한 한국영화사의 걸작을 만들어왔다. 당대의 청춘을 열광시켰으며, 동시대 사회상을 탁월한 사실주의 감각으로 스크린에 투영해왔다. 이번 작품은 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데뷔 40주년 기념작이자 20번째 연출작, 1995년 ‘천재선언’ 이후 19년만의 신작이 됐다.

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