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피부색깔=꿀색’…한 입양아의 치유담 혹은 성장담

“누군가 서류 끝에 적어 놓은 글귀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됐다. ‘입양요망, 피부색깔=꿀색’”

지금 49세로 추정되는 만화가이자 한국계 벨기에인 융 에낭(Jung Henin, 한국명 전정식)의 이름과 별명, 그리고 개인사는 그대로 한국사의 그늘인 고아들의 ‘해외입양사’를 응축한다. 친부모가 지었는지, 입양기관에서 적어준 것인지 모를 전정식(JUN JUNG-SIK)이라고 씌여있는 팔찌를 본 벨기에인 양부모는 이름의 가운데자 ‘정’(JUNG)을 자기네식으로 발음해 65년생으로 추정되는 6살배기 소년에게 ‘융’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피부색깔=꿀색’은 마을 그 누구와도 다른 소년만의 정체성이 됐다.

애니메이션에 실사가 간간히 섞인 영화 ‘피부색깔=꿀색’(공동감독 융 에낭, 로랑 브왈로)은 1971년 벨기에로 입양돼 2007년 처음으로 모국인 한국을 찾았던 융 에낭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어린 시절에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먼 타국 땅으로 입양돼 피부색깔과 언어가 다른 형제, 부모와 살을 부비며 살다가 사춘기 무렵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을 거듭하다가 국적과 인종, 뿌리로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 독자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담하며 때로 유머러스하고 때로 가슴 아프며 때로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영화는 ‘아리랑’이 흐르는 가운데 눈엎힌 한국의 겨울, 산행에 나선 보육원 아이들로부터 시작한다. 옆 아이가 남긴 밥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던 이 소년은 1971년 벨기에로 입양된다. 처음 입 한번 떼지 못했던 이 소년은 외모는 많이 달랐고, 조금은 말썽꾸러기였으며, 유난히 활달했던 이 소년은 금발에 흰 피부를 가졌던 다른 형제들과 함께 다른 아이들처럼 성장해간다. 한국 전쟁 후 해외입양이 봇물을 이뤘던 때이니만큼 소년이 사는 마을엔 비슷한 시기 입양된 한국 아이들이 십여명이 있었고, 융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이 아이들을 유달리 마주치기 싫어했다는 점만 빼면 벨기에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장난꾸러기 소년이었다. 심한 장난 때문에 사고를 쳐 종종 엄한 부모님에게 혼나고 회초리를 맞기도 했지만, 어떤 아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후 가난한 한국에서 길거리에 버려져 헤맸던 기억,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렸던 기억은 희미하지만 잊혀지지 않았고, 마음 한 켠에는 “엄마와 다른 형제들이 나를 과연 친가족이라고 생각할까?”라는 불안이 때로 찾아왔다. 한국이 싫어 소년기에는 일본 문화에 빠져보기도 했고, 사춘기에는 집을 나와 방황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국계 입양아 소녀를 만나 현지의 한국인 가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융은 어른이 됐고 2007년 한국을 처음으로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유럽인일까, 한국인일까”라는 평생의 질문에 답을 얻는다.

융 감독은 1985년 브뤼셀의 생-뤽 학교와 보자르 아카데미, 라 캉브르에서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으며 현재 유럽에서 판타지 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피부색깔=꿀색’은 그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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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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