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안정환의 예능 스타일임이 드러났다. 지난 18일 ‘아빠어디가’에서 보여준 안정환의 예능감을 보면 축구선수로서의 그의 포지션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강호동이 예능에서 ‘밀당’에 능하고 순발력이 좋은 게 씨름선수 출신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듯이, 안정환의 예능 스타일도 축구의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과 잘 어울린다.
스트라이커는 쓸 데 없이 뛰어다니며 체력을 소진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 전력 투구해 골을 넣어 득점으로 연결시킨다. 이른바 골 결정력이다. 예능에서 안정환도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처음 예능에 들어오면 대다수가 실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타임 포착의 미숙함 내지는 예능 울렁증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정환은 맵집이 강하고 강단도 있었다. 상대의 웬만한 공격에도 잘 넘겼다. 그렇다고 얼굴에 표시가 나지 않는 건 아니다. 상대가 공격하거나 놀리면 부글부글 끊어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점은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안정환이 놀이공원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는 리환의 모습에 화도 나고 속도 상했다. 그 점을 솔직하게 표현해 오히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아직은 약해보이는 리환을 강하게 키우게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소망이다. 안정환은 리환이 “세윤이와 아빠중 세윤이가 더 좋다”고 말하자 “야 이 XX아.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될만했다.
안정환의 예능감은 이영표나 송종국 등 수비수나 수비수겸 미드필더와는 많이 달랐다. 한 방으로도 상대를 보내버릴 수 있다. 정웅인의 신고식으로 치러진 ‘몰래카메라’에서 “오면 맨날 싸워~”라는 한마디로 류진을 맨붕에 빠트렸고, 몰카가 끝나고도 “요즘 연기학원은 어디가 좋아요?”라고 물어보며 정웅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안정환의 예능감은 골게터로서의 그의 포지션외에도 자신감에서도 비롯되는 것 같다. 그 자신감은 외모가 큰 힘이 되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월드컵축구를 통해 CF에 많이 서봤고, 심지어 화장품 모델도 해봤다. 대외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지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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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의 이런 스타일은 앞으로 예능에서 크게 번창할 것임을 예고한다. 쓸데 없이 말만 많이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예능감까지 망치는 길이다. 무수히 뛰어다니면서 득점이 없는 예능은 ‘민폐형’이다. 상대가 충분히 이야기 할 시간을 주면서 기회가 왔을 때 자기 것을 확실히 챙기는 스타일, 이런 내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