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다음 작품 찍을 수 있는 디딤돌 됐으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후 7년 반만에 김성훈 감독이 두 번째 작품 ‘끝까지 간다’로 돌아왔다. ‘끝까지 간다’는 개봉 전부터 제 67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김성훈 감독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최근 본지는 삼청동 카페에서 김성훈 감독과 만남을 갖고 ‘끝까지 간다’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오랜 만에 내놓은 작품이니만큼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영화는 물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나갔다. 우선 그는 공백기 동안의 근황과 ‘끝까지 간다’ 준비 과정을 전했다.

“자기 학대와 반성으로 때로는 시나리오를 구성하며, 이런 반복된 생활을 하고 지냈어요. 그러면서 열등감도 느끼고, 이러한 감정들이 창작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혹시라도 또 기회가 주어지면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접근해보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간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초고에서 탈고까지 5년 반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애정 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과는 색깔이 다른 영화죠. 그 작품은 소설 원작을 의뢰받아서 하게 됐는데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촬영을 하게 됐죠. 그 이후에는 나이에 맞는 관심영역을 따라간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어떤 관심사를 가지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긴장’이라는 단어가 흥미롭게 다가왔죠.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치시키며 그 틈새를 파고드는 유머. 이런 것을 제가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제가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제 감독으로서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걸 찾아가는 단계죠.”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끝까지 간다’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아내의 이혼 통보와 스트레스 폭발 직전 상태에서 실수로 뺑소니를 일으키면서 벌어지는 범죄 액션으로 이선균, 조진웅, 정만식, 신정근, 신동미 등이 출연한다.

“7년 반 동안 이 이야기만 쓴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어요. 페넬로페 크루즈가 딸이 죽인 남자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 강가에 묻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때 ‘저렇게 시신은 감추면 걸리지 않을까’라는 영화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걱정이 들었죠. ‘그렇다면 완벽한 은닉은 어떻게 해야할까’, ‘무덤을 만들어주면 완벽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구의 무덤이어야할까’, ‘내 죄를 영원히 감춰줄 수 있는, 불경스럽지만 어머니의 무덤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나머지는 거기에서 파생된 이야기입니다.”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 언론시사회 당시 “서프라이즈의 연속 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김성훈 감독의 연출의도는 111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제대로 빛을 발한다. 인물간의 구성,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장치,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은 영화들을 통해 학습했어요. 그런 뻔함이 주는 것들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신선한 방법으로 의외성을 주고 싶었죠. 사람을 해하는 방법이나, 인물들의 직업 등등으로 이용해서요. 또 그 안에서 인물들의 캐릭터를 설명해줄 수 있는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요.”

당초 ‘끝까지 간다’의 제목은 ‘무덤까지 간다’였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는 ‘무덤’과 잘 부합하는 제목이었으나 홍보 일정을 앞두고 ‘끝까지 간다’로 바뀌게 됐다.

“‘무덤까지 간다’ 제목을 두고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어요. 많이 나온 제목이기도 하고 올드한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목이 풍기는 느낌이 있어서 택했는데 영화를 찍고 모니터를 하다보니 영화와 제목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데이터화 시켰던 여러가지 제목 중에 ‘끝까지 간다’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장면들의 항연 속에서도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 이선균-조진웅이 19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액션신이다. 고건수와 박창민, 두 사람은 서로가 대립하는 이유와 목적을 어느 순간 잊고 오로지 살기 위해 처절한 격투, 아니 몸부림을 벌인다.

“둘 다 치열하게 끝까지 가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그러니까 이선균-조진웅의 흥분 지수가 극에 달해 정말 ‘끝까지 가는’ 느낌의 신을 넣고 싶었어요. 건수는 지금까지 창민에게 여러가지 시달려왔기 때문에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그에 반해 창민은 여유를 가지고 건수를 가지고 놀죠. 그래서 건수가 창민을 한 방 먹일 사건을 만들고, 최고의 흥분 상태에 있는 두 사람을 링 위에 오르게 만든거죠.”

“아파트 신을 가장 오래 찍었고, 그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어요. 쉬어가는 장면들이 아니고 둘 다 백의 기운으로 부딪치는 장면이이기 때문에 극도의 감정과 액션을 필요로 했어요. 배우들의 안전도 신경써야 했고요. 와이어나 다른 액션신들은 합을 통해 짜여진 대로 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은 합이 들어가면 가짜같더라고요. 시작과 끝 한 두개만 정해놓고 순간적인 장면은 감정에 충실해보기로 하고 촬영이 들어갔어요. 각자 목적은 잊고 살기위해서 서로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초적인 본능만이 남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효과를 스크린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출연했던 다수의 작품에서 로맨틱하거나 자상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이선균은 이 작품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형사로 분한다. 그 누가 이선균을 보고 속된 말로 ‘양아치 형사’ 떠올리겠는가. 여기에 대해 김성훈 감독은 이선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

“이선균씨를 보면 선한 느낌을 받잖아요. 극중 고건수는 옳지 못한 행동들을 끊임없이 하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고건수라는 인물을 관객들이 응원하게 만들어야 하죠.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설득력과 힘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고건수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과 고건수가 하는 행동들에 대한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우는 이선균씨가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죠. 또 처음부터 끝까지 간장만 가지고 가면 영화가 답답할 수가 있는데 긴장의 세기를 잘 표현하시더라고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주셨어요.”

“이선균씨가 액션도 ‘체포왕’ 때 하긴했지만 강도 높은 액션신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경험을 통해 터득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이선균씨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규정돼 있지 않은 날 것의 연기를 보여줬죠. 오히려 저는 그게 더 좋았어요.”

김성훈 감독은 빛이 강할 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듯이, 웃고 있어도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악인 박창민 역을 맡은 조진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창민은 실질적으로 사람을 어마어마하게 두드려 팬더거나, 극악무도함을 실질적으로 화면에서 보여주진 않지만 잠재돼 있는 악행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예요. 조진웅씨가 속내는 뜨거우나 겉은 차가운 박창민의 역할을 잘 소화해주셨어요. 조진웅씨가 실제로 뜨거운 분인데 그것을 냉소적으로 흘릴 수 있는 얼굴들을 가지고 있어요. 힘을 안줘도 이중적인 면으로 사람을 제압한다고 해야할까요?”

‘끝까지 간다’는 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섹션에 초청돼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9시 프레스 스크리닝, 오후 5시 30분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상영, 해외 언론의 뜨거운 호평과 찬사를 받고 있다.

“칸을 위해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었어요. 내가 재미있게 보고 관객들이 재밌게 볼 영화에 충실했다고 생각했는데 칸에서 ‘정교하고 유쾌, 신선하다’는 평가를 해주셨더라고요.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죠. 이 영화를 보여줄 사람은 대한민국 관객이었는데 전혀 다른 관객이 보여달라고 하니 보너스를 받은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성훈 감독은 흥행을 묻는 질문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 욕심이 커질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만..”이라며 웃어보였다.

“모든 감독님들이 그러겠지만 손해 안보고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거대한 자본을 믿고 맡겨주셨으니 순환은 가능하게끔 흥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개인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기간은 길고 힘들었지만 같이 했던 사람들한테 감사해요. 관객들이 보시고 그들이 투자한 돈이나 시간, 관심이 아깝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와 즐거움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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