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대취타 하랍신다” 국악계도 흥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국악계에서 ‘핫’한 K팝이 하나 있다.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를 강타한 방탄소년단 슈가의 믹스테이프(비정규 무료 음반) ‘D-2’다. 이 음반에 수록된 ‘대취타’로 인해 최근 국악계가 들썩이고 있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지난 22일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4년 만에 두 번째 믹스테이프를 발매했다. 이번 믹스테이프에는 총 10곡이 수록, 슈가는 모든 노래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스물여덟 어거스트 디의 심리적 상태와 지금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 슈가의 설명이다.

타이틀곡 ‘대취타’에 대한 반응은 여러모로 뜨겁다. ‘대취타’는 한국 전통 군악인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다. 판소리와 꽹과리 등 국악기에 강렬하고 묵직한 슈가의 랩이 더해졌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대취타’는 조선시대 관리들의 공식적인 행차에 따르는 행진 음악이다. 왕의 행차부터 군대 행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쓰이는 군례악의 일종이다. 현재에도 국립국악원과 의장대 역할을 하는 국방부 군악대에서 ‘대취타’ 연주를 많이 한다.

송현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보통 국악기는 사랑방 음악이라고 해서 앉아서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취타는 이동하면서 하는 음악”이라며 “부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로 연주하는 소위 ‘불고 때리는 음악’이다”라고 설명했다.

슈가의 ‘대취타’가 인상적인 것은 기존에 국악과의 결합을 시도한 대중음악과 달리 전통음악을 충분히 돋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제목과 가사에도 ‘대취타’를 고스란히 가져와 곡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송현석 학예연구사는 “국악이 대중음악에 실험적 요소로 들어와 노출될 때, 보통 이것이 국악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오는데 ‘대취타’의 경우 ‘대취타’라고 충분히 각인할 수 있도록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슈가의 ‘대취타’는 “대취타, 대취타, 대취타 하랍신다”는 강렬한 랩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이는 군례악 대취타가 시작 전 ‘명금 일하 대취타 하랍신다’라고 외친 뒤 연주를 시작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취타’의 뮤직비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대취타’의 가사에 맞춰 궁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는 전통음악 대취타가 왕의 행차를 위해 궁에서 연주된 점을 염두하고 만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송 연구사는 “대취타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구호와 궁궐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연출한 뮤직비디오 등이 누가 들어도 ‘대취타’라고 느낄 수 있게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취타를 랩 음악에 샘플링하면서 얻어지는 효과도 있다. 송 연구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악기는 관악기의 경우에도 소리가 큰 악기들이 많지 않다”며 “하지만 대취타는 야외용으로 쓰여 소리가 큰 악기들이 많다. 관악기와 타악기를 같이 사용해 화음을 만들기 보다는 한국적인 독특한 음색과 기운을 담은 음악이 만들어진다. 음향적 효과 면에서 이색적인 한국의 색이 담기게 된다”고 말했다. 슈가 역시 ‘대취타’에 대해 “청각적으로 재미있는 곡”이라 샘플링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 연구사는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엄청난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전통예술을 모티프로 한 곡을 여러 차례 발표해왔다”며 “이번엔 솔로로 ‘대취타’를 냈는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만든 곡이라고 느껴졌다. 많은 국악인들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결합을 시도하는 현대음악가 김택수도 “요즘 국악계에서 ‘대취타’를 향한 관심이 정말 뜨겁다”며 “‘대취타’를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음악 색을 더한 굉장히 잘 만든 곡이다”라고 호평했다.

방탄소년단 슈가의 믹스테이프 ‘D-2’는 ‘빌보드 200’ 차트에 11위까지 오르며 한국 솔로가수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취타’ 뮤직비디오는 공개 8시간 만에 1000만뷰, 9일 만에 6000만뷰를 돌파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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