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과다 섭취가 ‘마른 비만’ 초래한다

밀전분 과다섭취에 의한 대사성질환 유발 모식도.[한국식품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장기간 밀전분을 과다섭취할 경우 장내미생물의 불균형을 야기함으로써 대사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기능성소재연구단 박호영 박사 연구팀이 장기간 밀전분 과다섭취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및 장누수증후군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성인 5명 중 1명이 대사성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인의 1인당 밀 소비량은 47.86kg으로 매해 감소되고 있는 쌀 소비량과는 다르게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다양한 생활 습관 중 식이는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 도정된 곡류의 섭취비율이 높을 경우 비만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면과 빵 등의 다량 섭취와 비만 유발률 사이에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면류 및 빵류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과도한 섭취가 마른 비만을 초래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속적인 밀전분 과다섭취는 장내미생물 불균형을 초래하고 염증이나 투과도 등과 같은 장 환경 지표를 악화시켜 대사성질환을 유발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8주간 밀전분 함량이 높은 사료를 실험용 쥐에 섭취시켰을 때 일반식이 섭취군에 비해 체중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장내미생물 균총이 변화, 체내 지방대사의 변화로 지방간이 진행됐다. 특히 고밀전분 식이 실험쥐의 장에서 비만 환자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피르미쿠테스/박테로이데테스 비율이 증가했고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내미생물인 프로테오박테리아가 6배 증가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고밀전분 섭취 실험쥐에게서는 장내미생물 불균형과 유해균의 과다 증식으로 야기되는 장누수증후군 현상이 나타났다. 과도하게 증가한 장내 유해균에서 생성된 내독소에 의해 장 점막세포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세포간 치밀결합 간격이 느슨해져 장 기능이 저하되면, 장내의 여러 불순물이 직접 체내로 유입된다. 이 중 면역작용을 통해 제거되지 않은 일부에 의해 체내 염증반응이 증가하고 다양한 대사성 질환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작용기전을 분석한 결과, 장기간 고밀전분 섭취에 의해 초래되는 장내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해 장누수증후군이 유발되고 체내에 누적되는 내독소 및 염증성 물질에 의해 지방대사와 관련 있는 단백질 발현이 증가돼 신체 내 지방축적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식품 영양학 및 기능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양학(Nutrients)’ 저널에 게재됐다.

한편 연구팀은 밀전분과 같은 고탄수화물 및 고염 식단으로 초래할 수 있는 한국인의 대사질환과 관련 있는 장내미생물을 탐색하고 있으며, 이들 장내미생물을 조절하여 대사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식품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호영 박사는 “무균쥐를 이용해 마른비만을 초래하는 장내미생물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밀가루 편식이 유발하는 한국인의 마른비만 발생과 관련한 바이오마커를 탐색하고 향후 임상연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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