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차관 “정부의 한일 관계 기조는 합리적인데…”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46세에 외교부 차관직을 맡으며 ‘외부 출신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운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이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일 관계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기조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 얽힌 한일 관계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외교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고 답했다.

최 차관은 31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에 대한 정부의 기조는 역사적 문제는 역사 문제로 두고, 실질 협력은 협력대로 가자는 ‘투트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까지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역사 문제가 해결돼야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기조를 가진 적이 없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했듯 우리는 언제나 만날 수 있고, 협상에도 더 적극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와 협력 문제를 분리한다는 ‘한일 관계 투트랙 기조’가 변함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최 차관은 개선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역사 문제와 협력 문제가 섞여버리면 해결이 상당히 어려워진다”며 “외교적 현실에 와서 보니 이론을 공부했던 때와 다르게 섞인 두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고 했다.

‘자주파’로 평가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최 차관은 “그간 학계 담론에서 말한 것과 외교안보 현실의 각도가 조금 다르다”며 “과거 교수 시절에 쓴 칼럼과 논문이 그렇게 해석될 수 있지만, 외교적 현실에 와보니 그런 평가는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동맹파’라는 개념도 20세기적 프레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5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외교부 차관 자격으로 주한 외교사절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 차관은 “상견례 자리로, 직접적인 현안에 대해 깊이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도 “한미 동맹이 동북아시아 환경에서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점과 동맹의 제도적 견고성을 계속 유지하자는 예기와 앞으로 투명한 소통을 해나가자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방한해 한미 동맹 현안을 논의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 대해서는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비건 부장관과 조만간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 협력 과정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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