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덴시아, 박기영 대표의 열정과 꿈으로 빚은 진화하는 놀이문화 공간

루덴시아에서 만난 박기영 대표. 박 대표는 오로지 열정과 꿈으로 이곳을 진화하는 놀이문화 공간으로 빚어냈다. 그는 선명하지만 차가운 디지털 일상에서 벗어나 투박하지만 따사로운 아날로그 감성과 영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루덴시아라고 소개한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최근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청량한 비가 내리던 날, 지난 5월에 오픈한 여주의 갤러리형 유럽 테마파크 루덴시아(LUDENSIA)를 찾았다. 궂은 날씨임에도 루덴시아를 방문한 관람객들의 표정 속엔 우천의 아쉬움이나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빗속 낭만을 즐기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알록달록 색감 넘치는 공간을 보며 이리저리 눈망울을 돌리던 유모차를 탄 아기, 책에서만 봤던 옛날 자동차와 기차를 발견하고 탄성을 지르는 어린이들, 보이는 모든 곳이 모두 포토존이라며 끝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젊은 연인, 직접 만지고 작동해보았던 추억 속 전시품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백발의 노부부까지….

루덴시아는 놀이(LUDENS)와 판타지아(fanta+SIA)를 합성한 단어로서 문화와 놀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환상적인 공간이라는 뜻이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의 놀이터’를 표방해 만들어진 루덴시아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힐링, 배움이 충만한 문화예술 체험공간이다.

▶“유럽 문화와 예술을 고스란히 펼쳐놓은 환상적 놀이터”=루덴시아는 약 7만㎡ 규모로 조성된 대규모 유럽풍 갤러리형 테마파크다.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양자산 자락을 지나다 보면 빨간 벽돌로 지어진 유럽풍의 건물들이 보인다. 중세 성에서 봤을 법한 우뚝 선 두 마리 황금사자상이 지키고 있는 성문을 들어서는 순간, 루덴시아를 찾은 모든 이들은 타임슬립 영화에서처럼 시공간을 이동해 환상적인 유럽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160만 개의 고벽돌을 주재료 삼아 건축해서 그런지 루덴시아는 유럽의 어느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거닐며 마주치는 건물과 조형물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정성을 담아 섬세하고 아름답게 지어졌고 전체적인 공간구성은 치밀하고 조화롭다. 광장과 분수, 종탑 등이 있는 야외공간에서는 유러피안 감성은 물론 쉼과 여유를 맛볼 수 있다.

‘여주 알프스’라고도 불리는 산북면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한 까닭에 루덴시아 경계 너머로 눈을 돌려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맛도 꽤 괜찮다. 무엇을 배경으로 삼아도, 어떠한 각도에서 찍어도 아름다운 사진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루덴시아 내부는 트레인 갤러리(Train Gallery), 앤티크 갤러리(Antique Gallery), 토이 카 갤러리(Toy Car Gallery), 아트&토이 갤러리(Art&Toy Gallery) 등 4개 갤러리와 아날로그 스튜디오(Analogue Studio), 트램 스튜디오(Tram Studio), 소잉 머신 스튜디오(Sewing Machine Studio) 등 3개의 스튜디오로 이뤄져 있다.

갤러리와 스튜디오엔 수만 가지의 앤티크, 빈티지 캐릭터가 빼곡하다. 특히 산업혁명 시대를 연상케 하는 증기기관차, 장난감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빈티지 장난감들, 추억의 LP레코드 컬렉션, 독특한 디자인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미니어처 트램과 방대한 양의 재봉틀…. 이런 수많은 전시품들은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선사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흥미롭고도 재미있는 스토리 역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루덴시아는 자연이 어우러진 유럽의 서정적 풍경, 문화와 예술이 만든 서사적 풍경, 그곳을 향유하는 관람객들의 성찰적 풍경이 하나로 물드는 곳이다, 루덴시아라는 이름 그대로 ‘문화와 놀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상적 공간’이다.

루덴시아의 전경. 자연이 어우러진 유럽의 서정적 풍경, 문화와 예술이 만든 서사적 풍경, 그곳을 향유하는 관람객들의 성찰적 풍경이 하나로 물드는 곳이 바로 루덴시아다. 이름 그대로 ‘문화와 놀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상적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호위징아의 놀이 철학으로 유럽풍 갤러리형 테마파크의 새 장을 열다=“이윤추구만 고려했다면 유럽의 한 도시를 단순 모방하거나 재현해 그 느낌만을 내는 쉬운 길을 좇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상상하던 놀이공간의 가치를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죠. 루덴시아는 그 이름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놀이의 참된 가치를 회복시켜주고 싶다는 신념과 ‘예술문화 창조’라는 가치 경영철학을 구현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놀이’ 속에서 빚어진 예술과 문화의 흔적들, 놀이를 위해 제작된 오브제들을 찾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유럽에 그 역사가 비교적 생생하게 잘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유럽’을 시공간적 테마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루덴시아의 철학은 네덜란드 문화사학자인 J. 호위징아(Johan Huizinga·1872~1945)에서 출발한다. 그는 1938년에 출간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문화는 원초부터 놀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종교, 철학, 문학, 예술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행위의 출발이 사실은 놀이의 형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호이징아의 주장은 사유를 인간의 본질로 파악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개념을 뛰어넘어 인간의 미래는 ‘놀이’에 있음을 주창한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루덴시아를 건립한 박기영 ㈜루덴스 대표는 호위징아의 주장에 공감한다. 놀이는 인간의 본성이자 인류 문화의 시작과 궤를 같이하며,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고, 때론 예술로 승화되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루덴시아의 건립 기반이 된, 철학이자 뿌리이다.

사실 31년 전 박 대표가 놀이교육의 볼모지인 국내에 짐보리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박 대표는 1992년에 세계적인 영유아 놀이프로그램인 짐보리플레이앤뮤직을 국내에 선보여 최고의 놀이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시킨 인물이다.

2008년에는 미국 브랜드인 창의수학교구 맥포머스를 국내에 론칭했고, 2010년에는 미국 본사를 인수해 ‘대한민국 국민교구’라는 명성을 넘어 전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놀이’야말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미래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핵심 요건이라는 철학과 신념을 지닌 박 대표는 이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유럽풍 갤러리형 테마파크 루덴시아를 통해 어린이 뿐만 아니라 놀이의 본능을 지닌 모두에게 놀이의 힘과 매력, 그리고 가능성을 전파하겠다는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루덴시아를 소개하는 팸플릿에 “놀이가 회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 된 지금, 루덴시아는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담은 놀이터가 되고자 한다”라고 새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생각이 머물고, 흐르는 곳에서 시작된 루덴시아=루덴시아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온 박기영 대표(한국짐보리(주)짐월드의 대표이사)는 짐보리 교구 및 맥포머스 제품 홍보관과 R&D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짐보리와 맥포머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공간 창조 프로젝트’가 기획되었고, 홍보관에는 맥포머스를 비롯해 엄선된 짐보리의 대표 교구들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홍보관 옆 R&D 센터에 박 대표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특별한 콘셉트의 전시품들이 있었다. 바로 그가 15년 이상 미국 및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영유아 놀이 자료와 교구들이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 옛 정취가 가득 묻어나는 예술품과 앤티크 등 그 기능과 외형에 상관없이 창의력과 영감을 줄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그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연구원들이 이 수집품들을 보고 새롭고 특별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그의 컬렉션들이 조금씩 전시장을 채워가고 나름의 체계를 갖추게 되자 R&D 센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아이와 손잡고 둘러볼 만한 박물관으로도 손색없는 공간이 되었다. 실제로 R&D 센터는 짐보리 회원들에게 개방돼 특별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새롭고 창의적이며 즐거운 놀이를 개발하기 위한 R&D 센터의 설립, R&D를 교구사업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마인드, 오브제 수집에 대한 학구적 열정, 신선하고 특별한 전시기획 아이디어 등 박 대표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은 마침내 루덴시아의 탄생으로 귀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R&D 센터는 이름처럼 연구와 개발만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생각이 깃들어 흐를 수 있는 곳, 그래서 열린 생각, 새로운 생각이 움트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의 굴레로 인해 막혀버린 창의성의 샘을 열어주는 게 급선무인데, 그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빈티지 및 앤티크 오브제’를 통해 영감을 주는 것이라 믿었지요. 저는 짐보리와 맥포머스가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오브제들이 이제는 루덴시아로 옮겨져 창의적 영감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예술을 사유하는 발원지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루덴시아 곳곳 풍경은 유럽풍을 연상시킨다. 유럽 한 복판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유럽에서 쓰여진 고벽돌을 그대로 사다가 이곳을 꾸몄다. 루덴시아 외벽과 건물들은 유럽에서 가져온 고벽돌 160만장으로 만들어졌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고품격 전시물의 차별화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단순히 건축가, 컬렉터, 전시기획자가 아닌 문화예술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루덴시아 콘텐츠에 접근했어요. 유럽의 여러 나라를 콘셉트로 하는 테마파크는 이미 국내에 여러 곳 있으니 규모나 시설로는 루덴시아를 차별화하기가 어렵다고 봤어요. 외형적인 면보다는 내적인 면, 즉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전시 콘텐츠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전시품을 고품격화하고, 전시 콘텐츠의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바로 이것이 루덴시아의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급변하는 대한민국 유아교육시장에서 짐보리와 맥포머스가 30년 넘게 리딩브랜드의 자리를 지키도록 진두지휘했던 박 대표는 늘 프리미엄을 지향했다.

짐보리와 맥포머스를 경영할 때 금전적 이익을 좇아 단발성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고, 이에 대해서는 시장이 그 노력을 인정해줬다. 브랜드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자존심 그리고 소비자가 누려야 할 최상의 서비스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신념은 결국 높은 신뢰로 이어졌으며 브랜딩과 기업성장의 발판이 됐다.

박 대표의 철두철미한 이 원칙은 루덴시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한다. 단발성의 기획전시라면 모를까 상설전시를 이어가야 하는 테마파크의 특성상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에 대한 예의이자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다.

“루덴시아의 전시품은 질이 달라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들뿐이죠. 그래서 꼼꼼히 챙겨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한참을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루덴시아를 ‘품격’있다 표현하는지 알 것 같아요.”(루덴시아 홈페이지 방문 리뷰 5월13일)

수집된 컬렉션들 중에는 전문가들도 눈독 들이는 희귀품들이 많다. 아날로그 갤러리에 전시된 비틀즈의 음악사료로 인정받는 ‘Yesterday and Today’ 앨범, 앤티크 갤러리의 품격을 높이는 14세기 프렌치 오크 소재의 ‘예수 그리스도상’, 토이카 갤러리의 세계적 명성을 지닌 리먼 틴 토이(Lehmann Tin Toy)사 틴 토이 자동차는 유럽전시관이 아닌 루덴시아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행복을 선사한다.

트레인 갤러리에는 미국 라이오넬(Lionel), 독일 메르클린(Märklin), 세계최초의 금속장난감 기차를 생산한 아이브스(Ives)의 기차들이 전시돼 있는데. 유럽배경 레일웨이 디오라마에서 경적을 울리며 실제로 구동돼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60년대 영국의 팝아트 문화를 이끈 데이비드 호크니의 리미티드 에디션 ‘A Bigger Book’, 200여년 전 발간된 영국 성경책과 1594년 저술된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책, 특히 1816년 영국인 바질선장이 한국 서부해안에 도착해 약 10일간 서해에서의 생활을 일기형식으로 저술한 ‘발견의 항해’, 1772년 프랑스에서 전 세계 국가들의 알파벳을 소개한 ‘세계 알파벳 모음집’ 등은 세계 도서박람회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적 유물이기에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박 대표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있는 오래된 물건들에 관심이 많다. 어떤 물건이든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기 마련이며, 오늘날 새롭게 탄생한 것처럼 보이는 상품들 역시 옛것에 바탕을 두고 진화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옛것들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발상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역사를 초월한 지식과 정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역사가 빈약한 토대에서 산출된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혁신적 사고는 끊임없이 기존의 것들을 해석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옛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강조한다. 앤티크든 빈티지든 역사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흔적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관찰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 혹은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빨간 벽돌과 함께 유러피언 감성이 물씬 풍기게끔 조성된 루덴시아의 거리.

▶바위를 깎으며 벽돌 모으기부터 시작된 집념과 디테일의 힘=루덴시아의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 여주 산북면 후리, 지금의 터는 암석밖에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이런 땅에서는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던 지인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용기를 갖고 바위를 깎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10년. 박 대표는 그 인고의 시간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정이 옳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절박함과 집념은 커졌고, 고민의 깊이만큼 건축 관련 지식도 풍부해졌으며, 루덴시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들 역시 세밀하게 다듬어졌다. 다시 돌아봐도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루덴시아가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10년 동안,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루덴시아만 생각했어요. 루덴시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이지요.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라요. 지난했던 고민과 생각의 시간들이 아이디어를 위한 투자였던 것이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고품격 유럽풍 갤러리형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은 녹록지 않은 환경과 조건을 극복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자신을 업계 최정상에 올려놓았던 프리미엄 전략을 루덴시아에서도 구현하기 위해서는 끈기와 열정, 그리고 고도의 관심이 필요했다. 건축에 특별히 신경이 쓰였다.

바위를 깎아 터를 다듬고, 나무를 심으며 루덴시아의 공간을 조성해가면서 그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어떠한 재료로 건축물을 쌓고 조형물을 제작할 것인가? 그 해답은 유럽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건축재료, ‘벽돌’이었다.

“한국 관람객들의 눈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작고 사소한 부분들조차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섬세한 디테일의 차이가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 말의 신봉자입니다. 루덴시아를 명품 테마파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공간이 명품이어야 했죠. 유럽의 옛 도시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루덴시아에 들어선 관람객들의 첫 시선을 푸른 자연과 보색으로 어우러진 빨간 벽돌 건물에 고정시키고, 루덴시아만의 유러피언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갤러리나 스튜디오를 나와 밖을 돌아다니는 관객들은 한결같이 “유럽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루덴시아에 들어선 모든 건물, 거리, 담 등에 유럽에서 직접 들여온 고벽돌을 포함해 무려 160만 장의 벽돌이 사용됐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수메르 문명의 상징이 점토 벽돌인 것처럼, 벽돌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루덴시아가 벽돌 하나하나에 정성을 심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호모루덴스형 사업가 박기영’의 끝없는 도전과 꿈=박 대표가 처음 놀이교육의 역사를 개척한 ‘짐보리’도, 교구시장의 새로운 가치를 연 ‘맥포머스’도 꾸준히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끈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의 도전정신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놀이를 매개로 배움, 창의력, 예술문화의 맥을 이어가려는 그의 기획은 세계 최초 갤러리형 유럽풍 테마파크인 루덴시아를 향하고 있다.

도전을 즐기고, 부단히 노력하며 식지 않는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호모루덴스형 사업가를 지향한다는 박 대표. 주변에선 단순히 사업가의 정신으로, 경영자의 마음으로 놀이 사업에 임했다면 박 대표의 도전은 루덴시아로까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들 한다.

이제는 사업을 놀이처럼 즐긴다는 박 대표, 호모루덴스의 놀이터인 루덴시아를 향한 그의 꿈이 궤도에 올랐다. 그의 꿈이 어떻게 확장되고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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