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23) 로얄 아이맥스 정진철 회장


 ▲ 5년만에 다시 세계 한상대회 대회장을 맡은 정진철 로얄 아이멕스 회장은 1년이면 절반은 한국과 세계 각지의 동포 경제인들과 교류하면서 해외 동포의 경제력을 한곳으로 모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 / 김윤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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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회장은 가발무역회사 로얄 아이멕스(Royal Imex,Inc.) 경영주로서 나서기 보다 오는 10월 31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으로 내세워지기를 원한다. 연 매출 1억달러를 바라보는 기업의 경영인 역할을 드러내는 일은 정회장으로서는 새삼스러울 뿐이다. 26년의 연륜이 쌓인 회사이니 말이다. 전 세계 670만 한인동포의 잠재력을 끌어 모아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만드는 첫 걸음으로 지난 2002년 제1차 세계 한상대회를 출범시켰던 정 회장은  1차대회에 이어 5년만에 다시 대회장을 맡았다.

“회사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70명의 직원들이 제 각각 맡은 일을 잘해주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해외 한민족의 경제력을 네트워크화해서 후진에게 넘겨주는 일이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회사는 30년이 다 돼가는 성년이지만 한상대회는 이제 걸음마를 벗어난 단계 아닙니까.”

 ■ 세계 한상대회 출범

2001년 11월 LA에서는 해외 한민족 경제공동체대회가 열렸다.  9·11 테러의 여파가 심각했던 상황이었는데도 세계 각지의 동포 경제인 600여명이 참가했다.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고 팩스를 보내 참가를 요청했던 정회장 개인의 노력 덕분이었다.

“대회 자체보다 그토록 귀찮게 군 정진철이란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왔다는 분들이 많았지요. 내가 생각해도 워낙 열심히 했어요.그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실감했고, 대회를 진행하면서 한민족 경제 공영을 위한 네트워크 확립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게 됐지요.”

무역인이기에 재외 동포사회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는 데 유용한 입장이었을 뿐이다. 정회장은 LA 해외 한민족 경제공동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한국 정부의 산업자원부와 무역진흥공사(KOTRA) 국회 유관 분과위원회 등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세계 한상대회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91년에 화교들이 화상 온라인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만 사실 중국 정부가 주도했지요. 중국 근대사의 아버지라는 손문이 화교가 혁명의 어머니라고 할 정도로 해외 중국동포의 힘을 부각시켜 화교의 지원아래 왕조시대를 접고 근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 투입된 화교들의 투자규모가 무려 1조달러대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무얼 의미하겠습니까.”

한상 네트워크야말로 민족경쟁력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인식으로 매달린 정 회장은 2002년 제1차 세계 한상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첫번째 결실을 보았다.당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차 한상대회에는 28개국에서 968명의 동포 경제인들이 참석했지만 네트워크의 기반을 조성하자는 분위기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듬해 2차대회(서울 코엑스)와 2004년의 3차대회(제주)를 거치면서 재외동포들의 비즈니스와 한국내 경제계의 교류 마당으로서 모양새가 갖춰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4차대회에서는 마침내 섬유부문 특화전을 마련하면서 업종별 거래와 교류가 본격화돼 총 3억8천 400만달러에 이르는 상담실적을 기록했다. 1차대회 당시 상담실적이 3천만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해를 거듭할 수록 한상대회의 기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참가인원도 지난해에는 36개국에서 1,517명에 이르러 1차대회 때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났다.

한상대회는 지난해 처음 시도한 특화전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식품을 메인 이벤트의 주력분야로 삼았다. 식품 특화전은 재외 동포들이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 업종이 식품 요식업이라는 점에서 한국내 음식재료 등의 수출 활성화와 네트워크 구축, 한류를 통한 한식의 해외진출 모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 경제적 영토 확장의 첫 걸음

정회장이 한상 네트워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분단민족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론의 차원에서 비롯된다.

그는 무엇보다 한민족의 힘을 무한대로,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이다. 유태인들은 머리로, 중국인들은 부지런한 발놀림으로, 인도인들은 탁월한 화술로 세계 경제의 거대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면 한민족은 그 셋이 갖고 있는 장점을 모두 갖췄다고 자부하는 이가 정회장이다.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데 불행히도 부존자원이 없고, 게다가 반쪽으로 갈라져 있습니다.세계사의 어떤 논리에 의해 그렇게 돼 있는 현실만 탓할 게 아니고, 주어진 여건에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게 경제적인 파워라고 믿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 살건 터잡고 뿌리내리는 데 있어서 한민족을 따를 수가 없다는 정회장은 결국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의 경제력을 결집시켜 글로벌 네트워크하는 길만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고, 강대국의 논의에 따라 땅이 갈라졌다면 경제적으로 영토를 확장함으로써 그 핸디캡을 커버할 수 밖에 없잖습니까.”

정회장은 지난 2000년 세계 해외한인무역협회(OKTA) 회장을 맡게 됐다. 1981년 16개국 102명의 해외 동포 무역인이 창립한 OKTA는 그때껏 실질적인 기능이나 구실이 변변치 않았다. 정 회장이 나서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내고 해외 한민족 경제공동체 대회를 여는 등 협회의 활동이 본격화됐다. 5대양 6대주 곳곳에 퍼져 있는 해외동포 경제인들 끼리 조국과 거주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동포들의 권익을 높이면서 각자의 비즈니스 정보를 교류하자는 설립 취지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회장은 OKTA 회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LA한인사회에서도 로컬 기업인이기 보다 670만 재외동포 사회의 경제분야를 연결하는 전령으로서 매진하게 된다.

“해외 한인동포들의 거주국 분포를 보면 미국에 210만명, 중국에 250만명, 일본에 90만명, 구소련에 50만명 등입니다. 이른바 세계 4대 강국에만 전체 재외동포의 90% 가 몰려 있습니다. 이런 인적 인프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다면 얼마든지 한국과 한민족을 세계 경제 4대 파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이 한상 네트워크에 올인하는 까닭은 결국 우리 모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 인맥은 자산… 수시로 관리

정진철회장의 로얄아이멕스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가발을 제조, 세계 50개국으로 수출하고 미국 전역의 3천여 가발샵에 유통하는 회사이다. 아이멕스(IMEX)라는 상호는 수출입을 뜻하는 IMport와 EXport의 첫 두글자를 합성한 것이다. 회사 이름을 직접 작명한 솜씨에서 알 수 있듯 정회장은 색깔과 재료에 따라 5백여종에 이르는 가발의 자체 브랜드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로데오’ ‘줄라이’ 등 로얄 아이멕스의 가발 브랜드는 미국 가발시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제품인지도를 갖고 있다. 제품 브랜드를 중시하는 한편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철저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가발 수요가 많은 흑인들의 거주지역 한복판에 대형 빌보드 광고를 세워 가발 브랜드 고착화에 신경을 쓰며 아무리 바빠도 제품에 대한 현장 조사만큼은 정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다. 품질과 서비스가 최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가족 못지 않은 인화관계 구축 또한 정회장의 경영 포인트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요즘도 점심식사를 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살리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춰도 경영자가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제품 개발팀의 젊은 전문가들로부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적극성을 갖도록 늘 요구하지요. 나 자신 갈 수록 순발력이 떨어지는 듯해 독서와 영화 뮤지컬 감상 등으로 시대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 정진철식 인간경영

정진철 회장이 해외 한민족 경제공동체와 세계한상대회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밑바탕에는 폭넓은 인맥을 잘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 정부로부터 세계해외한인무역인협회(World Federation of Overseas Korean Traders Associations :약칭 World OKTA)의 예산지원을 받아낼 수 있었던 배경도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인간관계를 총동원한 결과였다는 정회장은 “인적 네트워크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여겨질 때마다 커다란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라며 “한번 맺은 인연은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해서 자산으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경영인으로서 직원들과의 관계가 가장 어렵고 막중하다고 말한다. 가족같은 끈끈한 정을 일으켜 동화되기까지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시간이 필요한데다 그 과정이 말처럼,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로얄아이맥스의 성공포인트

정진철회장의 로얄아이멕스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가발을 제조, 세계 50개국으로 수출하고 미국 전역의 3천여 가발샵에 유통하는 회사이다. 아이멕스(IMEX)라는 상호는 수출입을 뜻하는 IMport와 EXport의 첫 두글자를 합성한 것이다. 회사 이름을 직접 작명한 솜씨에서 알 수 있듯 정회장은 색깔과 재료에 따라 5백여종에 이르는 가발의 자체 브랜드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로데오’ ‘줄라이’ 등 로얄 아이멕스의 가발 브랜드는 미국 가발시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제품인지도를 갖고 있다. 제품 브랜드를 중시하는 한편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철저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가발 수요가 많은 흑인들의 거주지역 한복판에 대형 빌보드 광고를 세워 가발 브랜드 고착화에 신경을 쓰며 아무리 바빠도 제품에 대한 현장 조사만큼은 정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다. 품질과 서비스가 최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가족 못지 않은 인화관계 구축 또한 정회장의 경영 포인트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요즘도 점심식사를 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살리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춰도 경영자가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제품 개발팀의 젊은 전문가들로부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적극성을 갖도록 늘 요구하지요. 나 자신 갈 수록 순발력이 떨어지는 듯해 독서와 영화 뮤지컬 감상 등으로 시대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 정진철 회장은

서울 중앙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나와 1968년 친형이 운영하던 가발·가방제조수출 회사 미방무역에 입사, 무역인의 길에 들어섰다. LA와 런던 지사장을 거쳐 부사장까지 올랐지만 한국에서 수출하느니 미국 현지 시장에서 직접 유통하는 게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 1978년 이민길에 올랐다. LA에서 1년 여 잡화점에서 월급 1천달러를 받고 점원 노릇을 하는 등 고단한 정착기를 보내다가 미방무역 시절 알고 지냈던 은행장에게 “나를 담보로 하라”고 밀어붙여끌어낸 융자금 5만달러로 가발업을 시작했다. 1980년에 설립한 로얄아이맥스는 미국내 가발유통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면서 올해 매출 1억달러를 목표로 할 만큼 성장했다. 정 회장은 회사 경영 못지 않게 해외동포 경제인 네트워크 작업에 몰두, 지난 2003년 제1차 세계한상대회 출범을 주도하는 한편 2세교육과 한국내 불우아동돕기 등 사회사업에 가장 열성적인 기업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황덕준 / 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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