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20대 베이커 김변철 “그저 빵이 좋아 이 일을 시작했다.” 파리바게트 웨스턴점의 김변철(29) 반장은 한창 성장기일 때도 편식이 심해 고기나 생선류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매일 ‘빵’으로 ‘연명’할 정도로 빵을 좋아했단다. 그뿐 아니다. 군에 입대해 6주간의 훈련소를 일정을 마치고 퇴소식을 할 때 어머니께서 들고 오셨던 것도 다름아닌 ‘빵’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빵’에 묻혀 사는 지금, 그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심신이 너무 지쳤단다. 하지만 그렇게 노곤한 일상을 털어놓는 그의 얼굴은 ‘잘 나가는 유명 빵집’의 주방 책임자로서의 여유로움이 비쳐진다. 작년 파리바게트 웨스턴점이 오픈하면서 미국에 온 김변철 반장은 11개월 미국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도 없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좋은 곳으로 구경을 다니거나 할 마음의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고단한 몸 쉬고 싶을 뿐이란다. LA에 파리바게트의 문을 열고 처음 2개월간 거의 16시간씩 근무하면서 강행군했다. 매일 매장에 내놓는 50여 가지의 빵이 구워지는 과정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반장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또 맛있는 빵 먹어보겠다고 밀려드는 손님들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버티고 서 있게 만들었다. 그 손님들은 그가 만들어내는 빵을 한 순간에 삼켜 버리지만 베이커들은 한가지 빵을 위해 최소한 3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되는 것이다. 제빵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 김반장은 이제 ‘빵 만드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 분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3년을 보내면서도 미련스럽게 ‘하루만 참자, 하루만…’하면서 오늘에 이른 경험담이다. 김반장은 “단 1g, 1%의 오차에도 맛이 달라지고, 잠시만 소홀해도 확연히 ‘달라진 티가 나는 빵’을 대할 때 두려운 생각이 든다”면서, “‘맛’이란 게 쉽기도 하지만, 또 한 없이 어렵기도 하다”고 고백한다. 어디선가 새로운 빵을 먹으면 그 재료나 베이킹 포인트까지 잡아낸다는 베테랑에게도 끊임없는 화두는 ‘맛’인 것이다. 그의 그런 섬세함이 농익어 언젠가는 진정 그가 바라는 ‘명장 베이커’로 이름을 남기게 되리라 기대한다. 나영순 기자 / 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