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영상광고디자인 회사 이온 대표 이정일

▲ 영상광고디자인 회사 EON 대표 이정일씨는 10년 내에 미국 내 Top 10에 드는 광고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주마켓과 한국마켓 등 한인마켓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자연나라’나 ‘삼성에어콘’ 등의 영상광고를 제작하고 있는 EON 대표 이정일씨는 스물아홉 나이에 ‘겪을만큼 겪었다’고 자부할 정도로 사업실패 이력이 화려하다.

디즈니가 모회사로 알려져 있으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캘아트(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 2002년 졸업과 함께 네 친구가 의기투합해 ‘첫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는 3개월 동안 라면만 먹었다”며 웃는다. “애니메이션 광고회사라고 이름은 거창하게 내세웠지만 사업이 뭔지 아는 친구가 없어 우왕좌왕하기만 했다”며 담담하게 첫 실패담을 펼쳐 놓는다. 실패작으로 마감한 첫사업 이후 변진섭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뮤직비디오 사업에 합류했다가 기획 자체가 무산되면서 애쓴 보람이 물거품이 되는 경험을 다시 겪었다. 그리고나서도 의류브랜드를 만든다며 몇달간 옷공장을 드나들며 젊음을 발산했다.

많은 일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그에게 무엇보다도 가장 뼈아픈 기억은 작년, 1년간 공들여 확보한 거래처를 화제로 다 잃게 되었을 때다. “2004년에 3가와 호바트에 ‘메이플 프린팅’이라는 샵을 열었는데, 아랫층에서 난 불이 우리집까지 덥쳤다”며, “기계나 집기들을 다 잃은 것은 물론이고, 제때 일을 해주지 못하게 되니까 거래처들이 다 등을 돌려 버렸다”고 힘들었던 기억을 더듬는다.

“아무리 실패의 연속이어도 시간은 앞으로 가는 거 아니냐”며, 주저앉지 않으니까 또 어떻게 움직이게 되더란다. 지금은 3명의 세일즈담당이 30여 군데 거래처를 관리하고 있는데, 워낙 일을 잘하니까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거래처가 많이 늘고 있다고 자랑도 곁들인다. “이제 겨우 생활할 만큼 벌긴 하는데, 일하는 양에 비하면 수입이 턱없이 적다”며,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일을 맞춰 주기 위해 새벽 3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하다”는 이정일씨는, 오는 9월이면 화제에 떠밀려 급조한 지금의 옹색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제법 사무실 모양새를 갖출 계획이다. “내가 관심갖고 있는 세 분야, 미디어팀, 그래픽팀, 실크스크린팀으로 내부 체계로 다시 정비하고 ‘EON의 10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꿈에 부풀었다.

실패의 연속이어도 ‘꿈’을 버리지 않은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지극히 평화롭고 낙천적이다. “내가 만든 로고가 간판이 돼서 거리에 내걸릴 때, 그리고 내가 가게 디스플레이를 다시해 주고 나서 매상이 두 배나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행복하다”며, “내 ’10년 계획’의 목표는 미국 내 Top 10에 드는 광고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해맑은 미소에 힘을 그득 준다. 젊은 시절은 실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 준 그에게 힘주어 ‘건투!’를 외쳐본다.

나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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