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자랑스런 한국인 자부

1905년 에네껜 농장으로 이주한 멕시코 이주 한인들은 그간 숱한 인고와 수난을 견뎌내고 지난 2005년 마침내 뜻깊은 ‘이민 100주년’을 맞았다.

100여년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에 도착한 초기 한인이민자들은 그 출발점부터 불법적 사기광고에 의한 것이어서 더 큰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미주 이민 100년사’에 기반이 된 하와이 이민과는 달리 지난 1905년 단 한 차례로 끝난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에는 당시 하와이 일본인 노동자의 독점권을 지키려던 일본의 음모였다는 통설이다.

따라서 사실상의 노예와 같은 삶을 거치게 된 멕시코 이주 한인들은 멕시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채무노동을 끝내고 자유로운 신분을 획득하기는 하였으나 지난 100여년 동안 철저한 현지동화를 통해 숨어지내듯 살아왔다.

미주한인재단 초청(장학금 전달)으로 LA를 방문한 유카탄 무지개 학교 김무선 교장(사진)은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고 최근 들어 월드컵 축구, 동계올림픽 등에서 한국선수들이 조국애를 심어주고 있다”고 전제한 뒤 “철저하게 한국인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던 멕시코 한인들에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 토양이 점차 멕시코 한인사회에도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넓디 넓은 유카탄 반도(한반도 절반크기)에서 멕시코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많은 한인들. 지금까지도 멕시코, 쿠바 일대에는 에네껜 농장의 후손들이 약 3만에서 4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김 교장의 부연설명이다. 이어 김 교장은 “멕시코 이주 한인들은 에네껜 농장에서 인고의 생활을 견뎌내면서 돈을 모아 독립운동자금을 임시정부에 송금하는 등 조국애를 실천하였다”며 “최근 약12년여만에 재결성된 한인회, 한국정부가 동참한 우정의 병원 건립, 메리다 국립회관 복원 등 다양한 숙원사업들이 멕시코 한인사회를 결집시키고 있다”며 감격해 했다.

한편 미주한인재단 총연(총회장 윤병욱)측은 지난 23일 약 1,500여명의 한인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유카탄 무지개 학교(교장 김무선)’측에 4,000달러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이 장학금 중 3,000달러는 유카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고교장학생 15명에게 각각 200달러(2000페소 : 4인가정 1달 생활비 상당)가 전달되며 나머지 1000달러는 학교기금으로 사용된다.

박상균 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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