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인 경제의 양태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시작’이라고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수년간 경기를 떠받치던 부동산 경기의 하락이 두드러졌는가 하면, 서브프라임 문제로 불거진 금융 불안과 천정부지로 오르는 국제 유가로 민생경제에는 큰 타격이 왔다. 하지만 한인기업들의 외연 확대와 핑크베리의 투자유치 등 소규모 자영업 위주였던 한인 경제가 점차 다양화, 전문화, 조직화 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올 한 해 한인 경제인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10개 키워드를 통해 2007년 10대 한인경제를 되돌아본다.
▲ 서브프라임
올 한해 경제계를 뜨겁게 달군 최고의 ‘문제아’. 바로 서브프라임이다. 대형 금융사들이 대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문제를 일으켜 ‘신용 경색’이 일파만파,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증시가 덩달아 출렁였다. 주택 경기 호황에 맞물려 투기성 자금들이 대거 몰렸지만, 시장이 죽게 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위험에 빠진 대출자들을 위한 금리동결이라는 처방을 내려야 했다. 지금까지의 혼란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여전해 서브프라임의 여파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 포클러져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여온 주택 경기가 올해에는 확실하게 죽었다. 이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것으로 한인들도 주택차압을 의미하는 포클로져 위기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한인들도 늘었고 포클로져 및 숏세일 전문 부동산 에이전트들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래저래 주택값 급락으로 거래가 크게 줄며 부동산업계 종사자는 물론 에스크로, 타이틀 등 관련업종에까지 불경기가 들이닥쳤다. ‘너도나도 부동산’은 이젠 옛말. 에이전트의 대대적인 인력 이탈이 있기도 했다.
▲ 3달러 시대
“이거 개스값 무서워서 운전하겠나.” 2007년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법한 말이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에서의 수요 증가와 달러화 약세, 투기세력 가세 등 여러 요인으로 국제 유가는 지난달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98.18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되기도 했다. 고유가로 인한 유통비용 증가가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대안으로 급부상했지만, 갤론당 3달러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 FTA(자유무역협정)
1년4개월여를 끌어온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6월 마침내 타결됐다. 해외 최대의 교민사회가 자리잡고 있는 LA는 이번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각 업종별로 전략 수립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년 중 양국 의회에서의 비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LA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의류·섬유 부문과 농수산물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돼 침체돼 있는 한인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프로요(Froyo)
프로즌 요거트,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닉네임인 ‘프로요’. ‘핑크베리’에서 시작된 미국의 프로요 열풍이 최정점을 찍은 한해. 요거트아이스크림의 유산균 함량 논란으로 ‘진위공방’이 일기도 했다. 선두주자인 핑크베리에 이어 레드망고, 요거베리 등이 프렌차이즈를 통해 세불리기에 나섰으며 일반 커피샵들도 합세, 프로요 설비가 동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핑크베리는 지난 10월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CEO가 출자한 회사로부터 275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 노매치레터
매년 계속되는 주노동청의 노동법 단속에 이어 ‘노매치 레터’ 방침을 앞세운 이민법 단속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업주까지 처벌하겠다는 정부당국의 방침에 전국적인 반대 캠페인이 일었으며,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사회보장국(SSA)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편 노동청은 한인봉제협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벌이는 등 단속뿐만이 아닌 계몽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주상복합콘도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시작된 대형 주상복합 콘도미니엄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한인커뮤니티에 쏟아졌다. 땅값 인상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건설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신영아메리카를 시작으로 한 한국 건설업체들의 미주 진출은 한국정부의 해외투자 자유화 방침과 맞물려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프로젝트들이 몰리며 LA다운타운에서 산타모니카로 이어지는 라인 한복판에 선 한인 상권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 MOU
한미 FTA 타결과 해외투자 확대 방침의 영향으로 본국과 LA 한인커뮤니티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MOU(업무양해각서)가 봇물을 이뤘다. LA한인상공회의소, 남가주 해외한인무역협회, KOTRA LA무역관 등 공적인 기능을 가진 단체들뿐 아니라 한인의류협회, 한남체인, 아주관광 등 수많은 곳들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나 특정 업종을 대표하는 협회들과 MOU를 맺었다. MOU 체결이 즉각적인 파급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교류가 확대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 부실대출
부실대출 증가로 인한 나스닥 상장 4개 한인은행들의 주가 하락이 그 어느해보다 여러차례 한인 경제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연평균 30% 가까이씩 성장하던 은행들의 순익이 부실대출 문제로 큰폭으로 줄며 은행들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4개 은행의 주가 모두 연초대비 반토막이 나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편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주가 하락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세미나
경제 전망 또는 업종별 세미나가 유난히 많았던 한해였다. 경제단체들이 현안 문제 논의를 위해 주로 벌여왔던 세미나는 이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한인 경제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하기 힘든 한인 경제의 특성상 세미나는 사업주들이 정보를 얻는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특히 세미나기 회사 홍보 및 이미지 재고에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인식이 퍼져 특정 업종을 타겟으로 한 세미나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리=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