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로벌통신기업 SK텔레콤이 무려 6억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했지만 최근 버진모바일USA에 3천9백만달러에 매각되고만 힐리오는 출발 단계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이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한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7만여 달러의 경비를 들여 해외진출 관련 외부 용역을 받은 결과 미주 한인시장을 중심으로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에 대한 성공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인돼 특별전담부서를 만들면서 박차를 가하게 됐다.
특별전담팀은 SK텔레콤내 미국 유학파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내부적으로 미주시장 전략에 대해 팽팽한 의견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업이 구체화된 2005년 이전까지는 소규모로 시작해 안정화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한국 1위의 이동통신기업이라는 이미지에 집착, 대규모로 시작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2005년 힐리오를 출범시켰다.
무엇보다 미국현지 파트너로 어스링크를 고른 점은 패착이었다.
인터넷업체로 미국내 유통망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던 어스링크는 초기 시장 확대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당초 월마트, 야후 등을 파트너로 선정하기 위해 미국내 다양한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긍정적인 답변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추가 투자하기로 했던 어스링크가 돌연 이를 취소한 것은 S텔레콤측으로서는 뼈아픈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합작사업(조인트 벤처)이라는 당초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든 일이었다.
게다가 캐리어 네트워크(망) 대여를 위해 버라이즌과 접촉했으나 뜻을 못이뤄 비싼 비용으로 상대적으로 소통처리면에서 버라이즌에 비해 열세인 스프린트망을 사용한 것도 적지 않은 핸디캡이었다.
힐리오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데이타서비스가 시장도입기에 머물러 있음을 간과했다.
미국내 상당수 소비자들이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2배 가량의 요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데이타서비스를 고를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살피지 못한 셈이다.
힐리오가 제공하는 단말기 또한 고객들의 선택폭에 비해 다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단말기는 생산업체의 부도로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특정 단말기는 사용중 상당한 오류가 발생, 적지 않은 수의 단말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는 등 준비없이 성장 가능성만 믿고 시장에 진출했다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월 기준 20만명의 가입자가 최근 17만명으로 급감한 것은 그같은 실패의 난맥상을 반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버진 모바일USA로부터 가입자 1만명당 1%의 버진모바일 주식을 확보, 17%가량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앞으로 기존 힐리오의 서비스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내에 2천5백만달러 가량 추가투자를 예고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접근한 SK텔레콤의 무모한 도전으로 끝난 힐리오는 실패작의 상징물로서 앞으로 한국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시 두고두고 사례연구 대상이 되는 ‘반면교사의 가치’로는 효용성이 남을 법하다.
이경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