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미국이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이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나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FTA 비준을 위해 의회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국내 문제, 특히 경제회복에 전력투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일 분석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특히 여타 국가들도 미국을 상대로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데다 교착상태에 빠진 도하라운드 세계무역협상도 해결돼야 할 현안이기 때문에 한국과 파나마, 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FTA의 의회 비준은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미국의 경제단체에서는 11월4일 선거 이후 의회가 이른바 ‘레임덕 회기’를 열어 한미FTA 등을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지만 이미 상.하원이 구제금융 법안 처리에 매달리면서 회기를 계속 연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레임덕 회기를 열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도부는 구제금융 법안이 처리되면 내년초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레임덕 회기를 개최할 계획이 없으며 따라서 한미 FTA의 비준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내 다국적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전국해외통상협의회의 빌 라인쉬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레임덕 회기가 열리더라도 파나마와 콜롬비아가 우선”이라고 말해 한미 FTA의 비준처리가 뒤로 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나마의 경우 FTA 비준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편이지만 콜롬비아의 경우 현지에서 노조원들의 피살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민주당 내부에서는 콜롬비아 당국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FTA 비준동의의 선결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오바마 후보가 의회 비준에 앞서 자동차를 비롯한 여타 제조업 부문에 관한 협정내용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비준처리가 상대적으로 여의치 않은 편이다.
미 무역대표부의 전직 관료인 할 샤피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는 정치 여건을 놀랍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서 차기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껄끄러운 문제를 털고 가기 위해 소속당 의원들에게 연내 FTA 비준을 제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한국과 관계가 밀접한 미국내 경제단체 등에서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시나리오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돼 올해 안에 FTA 비준 문제를 털고 가는 것이다.
그러나 오하이오와 미시간 등 최근 수년간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한미 FTA의 비준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어 연내 처리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이 문제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은 더욱 더 낮다는 것이 의회 주변의 관측이어서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은 낙관하기 힘들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