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빅3 “250억달러 조기지원”요청

미국 자동차 ‘빅3′가 살아남기 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는 18일 자동차 연비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자금 250억달러 외에 250억달러 규모의 운영자금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릭 왜거너 GM 회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 지원 외면→자동차업계 파산→ 미국 경제 파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왜거너 회장은 “자동차업계에 구제금융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에 천재지변과 같은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업계가 도산하면 1년 안에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앞으로 3년 동안 개인소득은 1500억달러가 줄어들며 정부의 세수입 감소도 156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멀랠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며 ‘동정론’을 펼쳤다.

멀랠리 CEO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과거 실수를 범했지만, 현재의 문제는 금융위기로 인해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곤경을 뛰어넘으려면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에 미칠 거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며 자동차산업이 붕괴될 경우 닥칠 ‘재앙’을 볼모로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자동차 3사 대표의 이 같은 읍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바라는 자금 수혈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당장 19일로 예정된 미 상원의 250억달러 규모 자동차 지원법안 표결이 공화당 의원의 강력한 반대의 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공화당의 마이크 엔지 의원은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금융위기 탓이라는 업계의 주장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비효율적인 생산시스템과 퍼주기식 노사 합의로 인해 해외 자동차업체에 비해 미국 자동차산업을 경쟁 열위 상태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과 미 행정부도 이날 자동차업계 지원 불가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미 국민은 자동차산업에 추가적 자금을 투입·지원하는 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시장 안정 목적의 구제금융자금을 자동차 등 다른 부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구제금융으로 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시장 정상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론 역시 거대 노조에 발이 묶여 경영개선을 게을리한 자동차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미 자동차업계는 전미자동차노조 주도로 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게 한 직업은행제도를 운영, 다른 산업 근로자의 반감을 샀다.

뉴욕타임스(NYT)는 “제너럴모터스(GM)에 지금 100억달러를 줘도 내년 2월 전에 소진해버릴 것”이라며 “(수술이 필요한 업체에는) 파산 보호라는 극약 처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왜거너 회장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구제자금을 신차 개발, 부품 구매, 임금 등 필수적인 영업활동에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너무 늦은 반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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