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한인은행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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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장 4대 한인은행 가운데 한미, 나라, 중앙 등 3개 은행이 하나로 합병하는 한인금융계 대통합 작업이 시도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관련 은행의 일부 이사진을 비롯, 한인은행가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한미, 나라, 중앙 등 3개 은행의 이사진과 최고경영자급 인사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하며 대통합을 위한 물밑논의를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행하고 있다.대통합 논의에 관계하고 있는 3개 나스닥 상장 은행들의 인사들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사장및 선임이사, 또는 행장급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수년 동안 합병에 관한 원론적인 당위성만 무성한 채 실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데 비해 본격적으로 합병 대상이 되는 구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특히 통상적인 일대일 통합이 아니라 미국내 한인커뮤니티의 대표은행으로 자처하는 3대 은행이 하나의 조직으로 뭉치는 방향으로 윤곽을 그리고 있어 그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충격적인 상황으로 여겨진다.이들 3대 은행의 자산규모를 보면 한미가 38억달러, 나라가 26억달러,중앙이 20억달러 가량되는 만큼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한인 커뮤니티에 자산규모가 85억달러에 육박하는 중량급 커뮤니티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합병의 필요성에 수년전부터 공감해온 경영진들과는 달리 그 동안 각 은행의 이사진 및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미묘하고 민감해 실질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례없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14~15개 한인은행이 난립하는 경쟁체제로는 ‘누구 하나 온전히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합병논의가 급진전을 이루게 된 것으로 보인다.특히 한미의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등 상장 한인은행들의 주가가 하락세에 놓여 있어 이같은 상태가 지속돼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관련 은행 당사자들 간에 확산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개 은행의 합병 움직임은 최근의 정황으로 볼 때 그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미는 늦어도 1월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기대되던 구제금융(TARP) 승인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그 사이 주가는 올들어서만 62.23% 하락하며 11일 주당 0.88달러를 기록했다. 나라는 최근 이종문 회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앙은 경쟁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산건전성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사실은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이종문씨의 행보가 대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종문 이사장은 지난 10일 헤럴드경제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인은행권의 합병 필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합친 이후 경영능력이 문제”라고 말해 강한 여운을 남겼다. 게다가 때를 맞추듯 한인은행가의 원로인 벤자민 홍 전 나라·새한은행장이 대중매체를 통해 한인은행권의 합병을 촉구한 것도 3대 은행 대통합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인은행권의 한 행장은 “3개 한인은행 이사들이 최근 잦은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합병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합병을 진행하는데 있어 나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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