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9 세계 억만장자’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모두 4명의 한국인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이 명단에 올랐던 한국인 부자 여러 명이 올해에는 탈락했으며, 순위에 오른 부자들의 재산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가 11일 공개한 억만장자 명단에 의하면 이건희 전 회장의 자산은 30억달러(약 4조4천억원)로 평가됐고, 순위는 205위였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5억달러)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13억달러)이 각각 468위와 559위에 올랐고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0억달러)이 70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부호 1위는 빌 게이츠로 재산이 400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자의 귀재’ 워런 퍼핏(370억달러)와 멕시코의 재벌 카를로스 슬림(350억달러)이 각각 2,3위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가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듯, 지난해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등재됐던 한국 부자들 중 절반 이상이 올해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집계 대상 자산이 주로 주식 같은 유가증권인 만큼, 금융위기로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이들의 자산 평가액도 덩달아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억만장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이들 모두 탈락했다.

올해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이들 중에서도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재산 평가액은 각각 13억달러와 15억달러가 줄어들었고 이명희 회장의 경우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20억달러로 집계됐던 이건희 전 회장의 재산은 올해 30억달러로 늘어났고, 순위도 작년의 605위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는 모두 1천125명이었지만 올해는 793명에 불과했고, 집계 대상 억만장자들의 총 자산 평가액 역시 4조4천억달러에서 2조4천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한편 미국의 백만장자수는 크게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스펙트렘그룹은 지난해 전체 미국 가구 중 거주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순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가구는 전년 대비 27% 줄어든 670만 가구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인 ‘밀리언달러 클럽’에 속한 가구는 920만가구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스펙트렘 대표 조지 워퍼는 백만장자의 수가 감소한 것은 주가 폭락뿐 아니라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급락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순자산 500만달러 이상인 초부유층 가구 수도 전년 대비 28% 줄어든 84만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펙트렘은 지난해 미국의 백만장자 수는 2003년 시장 거품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