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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결혼했어요’의 김현중 ⓒ2009 Koreaheraldbiz.com | |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1위가 아닌 아이돌 가수들의 망가진 모습, 혹은 노력이 티 나는 모습을 보일 때 붙는다. 여성 아이돌 그룹 ‘카라’의 애칭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뒤를 이어 ‘여성 그룹 빅 3′로 꼽히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두 그룹에 비해 떨어지는 상태에서 멤버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귀엽고 깜찍한 무대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방송을 너무 열심히 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방송 중 먹을 일이 있을 때도 가식 없이 열심히 먹는 데에만 치중했다. 2007년 소녀시대보다는 먼저 데뷔했고 원더걸스와는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그들이 데뷔 3년이 지나면서 다른 그룹의 성장을 보며 힘들었던 것은 당연할 것이었다. 상대를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이미 데뷔했지만 별로 뜨지 못했던 이들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지난 설 특집 연예인 격투 프로그램에서 멤버 구하라는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싸움은 처음 한다”는 말을 해놓고 막상 시합이 시작되자 정확히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며 네티즌에게 ‘구슬란 하라예프’라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누군데 저렇게 열심히 하느냐”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KBS ‘스타골든벨’에서는 꾸밈없는 4차원적 발언으로 니콜이 호감을 얻었다. 3년 전부터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니콜은 무대에서 여성으로서는 놀랍도록 높은 점프를 한 화면 캡처와 케이블 방송에서 입안 가득 쌈을 싸먹는 모습 등이 인터넷에 돌아 ‘생계형 아이돌’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카라에게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훨씬 이전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가족이 필요해’라는 리얼버라이어티를 했던 한승연은 시장에서 사과를 사면서 사과 하나를 슬쩍 봉지에 덤으로 집어넣는 모습을 보였고, 찜질방에서 “나는 카라다”를 외치는가 하면, 양로원이든 약수터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평상복 차림으로 열창하는 성의를 보였다. 한승연은 케이블 채널 가요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방송 도중 나온 음식을 방송 중에도 계속 먹었는데 이 모습은 무례함보다는 안쓰러움과 귀여움을 느끼게 했다. 이 밖에도 카라의 TV 하나 없는 숙소가 공개된 점도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더했다. 카라는 실제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친근한, 우리 옆에 있는 여자친구 같은 이미지로 어필하겠다”고 했다. 아직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으니 그동안 고생한 것이 일부는 맞긴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다른 생계형 콘셉트를 꼽으라면 요즘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슈퍼주니어의 강인이다. 강인이 속한 슈퍼주니어는 아시아에서 유명한 그룹이지만 1위를 하는 그룹은 아니다. 최근 음반활동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지만 ‘한류스타’라고 자부했던 강인을 사람들이 못 알아보고 오히려 가상아내인 이윤지를 길거리의 상인이 알아보는 바람에 굴욕 상황에 처했다. 이들의 콘셉트는 생활비가 빠듯한 학생 부부다. 강인의 실생활이라고 착각하기엔 무리지만 대중에게 한푼 한푼을 아끼고 알콩달콩 사는 젊은 커플의 느낌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전직 대통령의 손자인 ‘귀하신 몸’으로 나오는 SS501의 김현중도 아이돌 스타로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려웠던 시절 안 해본 것 없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친구들과 치킨집을 운영하는 생계형이다. 드라마 출연 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행사를 많이 뛰어야 한다”며 역시 ‘생계형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불황기와 맞물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스타보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한발 한발 올라선 스타가 친근감을 주고 있다. 박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