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MW 뉴7 시리즈 ⓒ2009 Koreaheraldbiz.com | |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차.’ BMW가 전 세계 시장에서 사용하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이 슬로건이 바뀌어야 할 상황이다. BMW는 ‘성공한 이후에도 중독돼서 못 벗어나는 차’가 됐다. 이미 성공은 했지만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끝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 사양인 7시리즈는 성공의 끝을 맛본 이들에게 현존하는 자동차산업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화석’ 같은 차다. 특히 전자장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BMW는 신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경쟁사 엔지니어들이 시승을 하면서 현란한 편의장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앞자리에 타니 눈이 즐겁다=흔히 BMW 하면 빠르고 역동적인 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BMW의 풍부한 ‘감수성’을 놓친 설명이다. 착석을 하자마자 오감이 쏠리는 곳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10.2인치 LCD 화면. 자동차에 탑재된 모니터로는 세계 최고의 해상도인 1280X480 픽셀을 자랑한다. 삼성전자의 모 임원이 “자동차에 싣기엔 너무 아까운 모니터 아니냐”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세상은 BMW의 자랑인 i-Drive를 통해 구현된다. 파워포인트의 밀어내기 방식과 ‘페이드인ㆍ아웃’ 방식을 적절히 혼합한 그래픽은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i-Drive는 동시에 편의성도 제공한다. 운전자는 i-Drive 컨트롤러의 간단한 조작을 통해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시 BMW 7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능. BMW가 세계최초로 선보였던 HUD는 내비게이션 방향 안내, 차량 속도 등의 주요 정보를 앞 유리창을 통해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BMW 뉴7시리즈에는 역시 유럽차 중 처음으로 ‘적외선 나이트 비전시스템’이 장착됐다. 차량 앞부분 원적외선 카메라가 최대 300m 거리 내에서 사람이나 동물 등을 인식해 중앙 컨트롤 디스플레이에 실시간 비디오 영상으로 담아낸다. 이를 통해 BMW 7시리즈 운전자들은 야간 돌발 상황에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기술력으로 일궈낸 뒷좌석의 카멜레온 승차감=BMW가 기존 7시리즈에서 뉴7시리즈로의 변신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승차감이었다. BMW는 뒷좌석 승차감에 있어서는 다른 독일차 업체들에 비해서도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터. 하지만 뉴7시리즈에 처음 적용한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Dynamic Driving Control)은 이런 단점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운전자가 중앙 콘솔에 위치한 버튼 하나로 서스펜션 강도, 핸들링 반응, 변속 시점 등을 5가지 모드인 컴포트(Comfort), 노멀(Normal), 스포츠(Sports), 스포츠+, 트랙션 등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서스펜션에 특수한 밸브기구를 장착, 사륜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런 전자제어의 감각 역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BMW의 기술력이다. 결국 기존의 두세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하던 평범한 럭셔리카에서 탈피해 세계 최초로 5가지로 세분화한 카멜레온 승차감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세계 최초 기술인 ‘진동방지시스템’까지 적용돼 뉴7시리즈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나 급속한 코너링에서도 뒷좌석의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특히 요철을 넘어갈 때의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은 미국차를 능가할 정도로 안락함 속에 파묻혀 전달되는 느낌이다. 이렇게 안락한 뒷좌석은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이 된다. 9.2인치로 웬만한 노트북 컴퓨터 화면보다도 큰 좌ㆍ우 모니터는 가운데 팔걸이의 i-Drive 컨트롤러로 좌우 독립식 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좌우 시트 독립식으로 에어컨 컨트롤도 기본이다. 이쯤 되면 사막 오프로드에서 뉴7시리즈를 타고 뒷좌석에서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의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국내 출시 차량에는 아쉽게도 소개되지 않은 ‘컨넥티드 드라이브(차량 내 인터넷 검색기능을 할 수 있는 기능)’와 ‘인테그럴액티브 스티어링(도로상황에 따라 뒷바퀴의 각도가 3도가량 자동적으로 바뀌는 기능)’ 등이 있다. 이 모든 기능은 BMW가 뉴7시리즈를 통해 세계 자동차산업에 던져준, 우리가 따라가야 할 숙제들이다. 윤정식·하남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