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 그 이상의 ‘쿠페’


ⓒ2009 Koreaheraldbiz.com

역시 ‘CC’는 폴크스바겐의 2009년 야심작다웠다.
 
혈통상으로는 베스트셀링 모델인 파사트의 후예지만 훨씬 럭셔리한 디자인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
 
첫인상은 낮은 천장에 넓적한 차체까지… 안정감이 느껴진다. 폴크스바겐의 전통적 취약시장이었던 미국시장에서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폴크스바겐의 상징이었던 비틀이 딱정벌레를 상징했다면 ‘CC’는 납작하면서 날렵한 귀뚜라미 같은 인상이다. 태생적으로 스포츠카의 DNA를 갖고 태어났다.
 
‘CC’는 세단도 아닌 것이, 쿠페도 아닌 것이 ‘세단형 쿠페’다. 특히 지붕에서 트렁크로 내려오는 완만한 경사의 뒤태는 누구라도 필이 꽂힐 수밖에 없는 매력이 느껴진다.
 
한국에 선보인 CC는 세 가지다. 2000㏄ 디젤(TDI)과 가솔린 모델(TFSI), 3600㏄ 가솔린 모델로 이번 시승 모델은 3600㏄ 4모션 모델이다. 일단 수치상으로도 힘은 엄청나다. 최고 출력 280마력에 최대 토크 36.7㎏ㆍm. 패밀리카로서는 과분한 듯 보인다. 만일 이런 엔진이 ‘골프’ 같은 활기 가득한 차에 실린다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CC’ 특유의 안정감은 망아지의 등에 명장이 만든 안장을 올린 느낌이다. BMW의 야성과 벤츠의 안정감을 적절히 배합한 느낌 정도다.
 
서울서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까지 장장 3시간반 동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피로할 만도 한 거리지만 여유감 있는 드라이빙은 곧장 다시 서울로 가는 길을 운전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4륜 구동의 힘을 느껴보기 위해 일부러 택한 미시령 고갯길에서 폴크스바겐이 완벽한 코너링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줬다.
 
마치 핸들을 꺾을 때 차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차의 진행방향으로 맞춰지는 듯하다. 차체에서는 전혀 쏠림현상을 느낄 수 없었다는 의미다. 1422㎜로 일반 중형 세단들에 비해서는 5~10㎝가량 낮은 차체가 4바퀴로 노면을 꽉 쥐고 있어 가능한 느낌이다. 보통 4륜 구동 세단이 포기하는 대표적인 것이 ‘연비’다. 하지만 한 번 주유로 서울에서 속초 대포항까지 찍고 돌아온 ‘CC’는 아직도 연료 게이지에 두 칸이 남아 있음을 표시한다. 역시 덜 먹고도 힘 좋은 폴크스바겐 특유의 집안 내력이 나온다.
 
‘CC’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시되자마자 2월 한 달 동안 82대가 팔린 데 이어 3월 둘째 주 현재 계약건수 200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겉멋을 뺀 진짜 강자가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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