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한일 클래식’?

이쯤 되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한일(韓日) 클래식’이다. 아시아예선부터 2라운드 순위결정전까지 총 네차례나 맞붙은 한일전에 대한 양국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일본은 자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식당과 카페에 대거 손님이 몰리면서 TV 응원을 펼치는 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아소 다로 총리까지 산책 중 DMB 폰으로 대표팀 소식을 챙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다. 방송사들도 하루 종일 자국과 한국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도 못지 않다. 대개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낮 12시에 편성된 탓에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도 식당, 카페에서 경기를 지켜보거나 근무 중에도 인터넷과 DMB 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샐러리맨들이 많다.
 
한국의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세 번째 한일전을 ‘전파 낭비’란 지적에도 모두 생중계 한 것도 이런 열기를 반영한 결과다.
 
인터넷을 통한 승부 예측 설문에서도 한일 양국 팬들은 냉철한 분석보다는 자국 승리에 일방적인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 포털 야후코리아에서 진행된 설문에선 91% 가량이 한국의 승리를 점친 반면, 일본 포털 야후재팬에선 역시 90% 가량의 일본 팬들이 자국 승리를 기대했다.
 
이런 열기를 느끼는 것은 비단 한국과 일본 팬 뿐만은 아니다. 스포츠 매거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한일전을 빗대 “한국과 일본 야구의 라이벌 의식은 너무 팽팽해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는 교회 야유회에서 열리는 소프트볼 경기처럼 비쳐질 정도”라고 전했다.
 
WBC 중계사인 ESPN도 다른 경기 도중 한일전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7일 한국, 일본, 쿠바, 멕시코 팬들의 응원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샌디에고 펫코파크를 묘사하며 “응원석을 차지한 한국인 대부분이 야구팬은 아니었지만, WBC 경기를 통해 그들의 조국과 다시 (정서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면서 “샌디에고에서는 조국의 언어로 열렬한 응원을 퍼붓는 팬들이 있어 또 다른 ’3월의 광란’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이런 기대감과 열기가 큰 부담이다.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한국과 경기가 너무 잦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콜드게임패도 1패일 뿐”이라며 대범함을 과시했던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1-0으로 2차전을 잡은 뒤에는 눈물을 글썽였고, 두 차례의 한일전을 치르며 감기몸살까지 앓았다. 지상 최대의 라이벌전으로 번진 WBC ‘한일 더비’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양국 모두 4강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준결승에서 두팀이 모두 승리하면 23일 결승전에서 이 대회 다섯 번째이자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조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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