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경제학은 희망인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흔들리는 세계경제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세계 각지서 일어나는 일련의 불안한 경제현상들을 놓고 경제학자들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것도 확신을 주기는 역부족이다.
 
급속한 세계화의 진행에 따른 양극화와 소득격차, 기술혁신이 낳은 일자리 감소 등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들을 자본주의 틀내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하일브로너와 레스터 서로가 공저한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는 이런 당혹스런 현상과 지금의 금융위기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이 책은 1982년 초판이 나온 이래 국내에서는 3판이 ‘경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4판에 해당하는 이번 책은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가 2005년 타계함에 따라 최종판이 됐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암울한 전망 대신 자본주의의 미래를 낙관한다. 최근의 위협적인 현상들을 붕괴의 조짐으로 보기 보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자체내 역동적 에너지로 본 것이다.
 
가령 세계화의 위협도 과거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혁명이나 기업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생산, 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모두 자본주의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확장하고자 하는 에너지야말로 자본주의의 특징이란 얘기다. 이는 때로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자본주의내에 있다는게 저자들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도는 무엇일까. 저자는 자본주의의 자랑할 만한 기능인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시장의 분배기능은 전혀 통제를 받지 않아도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분배기능을 수행하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신자유주의자들과 갈린다.
 
시장주의에는 결정적으로 가치판단이 배제돼 있기때문이다. 즉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경제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을 가질 자격이 주어지지만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이는 결국 상당한 재산이나 소득을 물려받은 사람은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더라도 생산물에 대해 상당한 몫을 누릴 자격이 부여되는 반면, 재산도 없고 일도 구하지 못한 탓에 생산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생산물을 얻을 방법이 없게 된다. 소득불균형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다.
 
자유시장체제로부터 혜택을 본 사람의 이득과 부담을 진 사람들이 입은 손실을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다루느냐도 관건이다. 가령 농산물 보조금같은 사안은 해결이 쉽지않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과 간섭은 불가피하다.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교육이나 사회기반시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은 외환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다. 특히 금융투기의 횡행, 다국적 기업을 통한 국제 거래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세계화’의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전 세계가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의 금융위기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저자들은 앞으로 혁명적인 도전이 계속될 것임을 누차 강조한다.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지구온난화현상도 그 중 하나다.
 
답은 명쾌하다. 세계화가 낳은 골칫거리와 생태계 파괴는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학적 구조속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안에 해결책이 있다는 얘기다. 어려운 경제용어나 도표없이 명료한 설명이 현재 금융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잡는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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