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연예인들의 절박한 호소
고 장자연 씨의 친필문서에 기재된 ‘저는 힘없고 나약한 신인입니다’는 말이 가장 절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입장의 신인들이다. 그들은 “이번 사건이 확실하게 종결되지 못하고 전혀 정화되지 않은 연예계의 모습이 지속될 것 같아 두렵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다. 실제로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문건에서 거론된 인물들의 압력설까지 나온다. 신인 연예인들과의 연속된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절박하고 절절한 심정을 확인하고 호소문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저희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렵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 연기자들입니다. 아직은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며 앞으로 연예계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경쟁하고 싶은데, 몸도 마음도 상처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연예계의 어두운 현실에 대해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연예계에 입문한 친구들이 경험했던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냥 밥 먹자고 해서 매니저를 따라갔는데 술자리였다며 밤중에 울며 전화해 온 친구도 있습니다. 그 건설사 사장은 3일만 같이 지내주면 얼굴 고쳐주고, 용돈도 주고 영화나 드라마에 넣어주겠다고 했다 합니다. (성상납) 수요도 있지만 공급도 그만큼 존재한다는 걸 저희도 압니다. 권력을 쥔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연예인들도 문제라는 것도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절망적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신인은 경제고에 시달리게 마련입니다. 수입은 보잘 것 없지만 치장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훨씬 많습니다. 결국 돈이 없어서 스스로 스폰을 찾는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스폰 덕분에 집도 사고 온갖 호사를 누리고 이제는 중독이 돼서 끊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한 선배 연기자는 아예 “언니처럼 해. 힘들어 말고 이렇게 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조언이랍시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중에라도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까 봐 가장 두렵습니다. 꿈을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노래, 연기, 춤은 대중예술입니다. 대중예술은 단순히 돈과 권력으로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중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대중예술인을 길러내는 소속사는 창조적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이 점에 좀 더 장인정신을 갖고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서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이 모두 죄인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죄가 드러난다면 확실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선배 장자연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민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