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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한 장면 ⓒ2009 Koreaheraldbiz.com | |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자극적인 표현의 콘텐츠나 과거 회귀 경향의 복고주의적 감성, 현실로부터 탈출구를 제공하는 코미디 등이 각광을 받으리란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 이 중 TV에서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극단적인 서사, ‘막말토크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위권에 올랐다. 출생의 비밀, 비틀린 가족사, 불륜ㆍ삼각관계, 원한ㆍ배신ㆍ음모 등을 특징으로 하는 ‘막장드라마’는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이어 SBS ‘아내의 유혹’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대해서도 ‘막장 판타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 사극의 인기가 다소 퇴조하고 멜로나 신파, 로맨스 등 통속극이 전면에 나섰다. 극장가에서는 흥행 장르가 교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강세를 보이던 스릴러는 주춤한 대신, 로맨스물이나 휴먼드라마, 코미디가 부활했다. 성적 묘사와 노출 수위가 높은 ‘미인도’ ‘쌍화점’ 등이 연말 연초 화제를 일으키며 스크린에서도 섹스, 폭력 등 표현 강도가 센 콘텐츠가 흥행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과속스캔들’ ‘워낭소리’의 기대 밖 흥행으로 스크린에선 TV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간을 거꾸로 사는 남자의 삶과 사랑을 그린 따뜻한 감성을 그려 개봉 첫 주 1위에 오르는 등 극장가에서는 흐뭇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사랑을 받았다. ‘마린보이’ ‘작전’ 등 스릴러 장르의 한국 영화는 체면은 유지했으나 화제의 중심에서는 밀려났다. ‘워낭소리’의 신드롬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종차별주의자인 중년 백인 남성의 변화와 화해를 그린 ‘그랜 토리노’나 로맨틱 코미디 ‘말리와 나’ 등 외화 역시 감동을 내세운 따뜻한 드라마가 잇달아 관객을 만나게 돼 살벌하고 짜릿한 이야기보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극장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