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단순히 무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무기 한 점 한 점에 스며든 각 시대의 처한 현실, 왜 그러한 무기가 제작되고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졌는지, 기술적인 난점을 극복하는 과정, 외국의 무기들이 우리나라 지형과 전쟁형태에 맞게 변형돼 수용되는 모습을 유기적으로 엮어 쉽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무기들이 당시 세계적인 수준에서 뒤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섰던 첨단무기들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조명한 점은 주목을 받을 만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화력무기의 원조격은 고려시대 최무선의 화약과 화포다. 특히 대형화포를 군선에 장착함으로써 원시적이던 해전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세계해전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조선시대로 이어져 세종대에 전격적으로 개량화, 규격화, 표준화되면서 사거리가 400~500보에 불과했던 천자총통은 개량후 최대 1300보까지 늘어나는 등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당시 화학병기 설계에 사용된 자를 보면 가장 작은 단위인 ‘리’가 사용돼는데 이는 0.3밀리미터의 아주 작은 크기로 당시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런 평가에는 저자의 전통무기에 대한 자긍과 함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조선중기까지는 첨단무기의 과학성과 위력면에서 결코 세계적인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조선 중기이후 당쟁에 휘말리면서 무기개발이 뒷전으로 밀려 현대로 계승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형태인 초소형 화기인 세총통은 우리 과학기술의 우수성과 지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전체길이가 14cm에 구경이 0.9cm에 불과한 조선시대 가장 작은 화기로 발사시 폭발력을 견디지 못해 자루가 부러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을 탄성이 강한 주철로 만든 철흠자를 고안해 총통을 잡고 쏘게 만든 것이다. 세종때 개발돼 문종때 대량 발사된 신기전은 근대 로켓의 전신으로 볼 만하다. 화약의 힘을 빌려 스스로 적진에 날아가 한번에 많은 양을 발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근대화된 인도의 아리로켓이나 영국의 콩그레브와 비교해도 구조 및 형태 성능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조선의 가장 독창적인 화기를 꼽자면 화초장 이장손이 만든 비격진천뢰도다. 죽통속에 나선형의 홈을 파서 화약선을 10~15회 정도 감나 만든 시한 작열탄이다. 화약선이 목곡을 타고 돌며 타들어갈 때 화약이 폭발하지 않도록 죽통에 넣은 점이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화기는 아니지만 고대로 올라가 신라의 쇠뇌도 무기의 탁월성을 보여준다. 전통 무기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사실 전무하다시피한 상태에서 이 책은 역사를 무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제공한다.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켜온 힘이 어디에 있는지 다른 시각에서 돌아볼 수 있다.
이윤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