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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한 장면 ⓒ2009 Koreaheraldbiz.com | |
순위가 역주행한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순위는 별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받는 영화의 활약이 최근 두드러진다. 개봉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입소문의 힘은 영화 순위를 거꾸로 가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개봉한 ‘워낭소리’의 첫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는 15위다. 소규모 개봉으로 시작한 ‘워낭소리’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 점차적으로 개봉관을 확대했고, 박스오피스에서도 서서히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개봉 한 달 뒤 박스오피스 4위까지 상승한 ‘워낭소리’는 지난달 20~22일 주말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마침내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장년층 관객몰이에 나서면서 후반부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 ‘워낭소리’의 순위는 거꾸로 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소문의 힘이 두드러지는 영화 중에서 이런 역주행 현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몇주째 1위를 차지하다가 2위로 한 번 떨어지면 다시 1위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입소문의 힘을 폭발적으로 보여준 ‘과속스캔들’ 역시 개봉 7주차에 ‘쌍화점’을 누르고 1위를 재탈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흔히 말하는 드롭률(관객감소율)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입소문 좋은 영화의 특징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3위로 출발해 시간이 지나면서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개봉 4주째인 지난주 말 박스오피스에서 5위로 상승했다. 여성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흥행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 것. 2월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 3편의 대결에서 승리한 ‘작전’ 역시 비슷하다. 개봉 첫주 2위로 출발한 ‘작전’은 2주째 4위로 떨어지며 다소 주춤한 듯 했지만, 순위의 변동폭이 크지 않으며 3, 4위 언저리에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카데미 8관왕으로 최고의 영예를 누린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좋은 예다. 지난해 11월 12일 미국에서 개봉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개봉 8주 동안 매주마다 평균 30% 이상 관객이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관객의 긍정적인 입소문과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이라는 화제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뜨거워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달 22일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는 것은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한다. 현재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3주 연속 박스오피스 톱10′이라는 최장기 박스오피스 롱런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반면 첫 주 대규모 스크린으로 물량공세에 나섰지만 관객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고 급격하게 순위가 하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5일 개봉한 ‘마린보이’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2주째 5위로 떨어졌고, 3주째에는 TOP 10 순위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긍정적인 입소문과 호평 사이에서 영화는 정주행의 수순을 밟기도 하고, 역주행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는 것이다. 오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