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송에 반하거나 反하거나…

최근 가요차트 정상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교대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원더걸스가 ‘텔미’ ‘소핫’ ‘노바디’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후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 투어에 나서자 소녀시대가 경쾌한 댄스곡 ‘지(Gee)’로 완전히 시장을 평정해버렸다.
 
소녀시대가 후속곡인 ‘힘내’로 새 출발을 하는 동안 인기그룹 카라는 ‘허니’로 케이블 방송과 지상파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세 걸그룹 노래의 특징은 후렴만 계속 반복되는 구조인 후크송이라는 점이다.
 
후크송은 파급효과가 적지 않았던 손담비의 ‘미쳤어’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에 이어 여전히 대중음악 소비의 정점에 있다. ‘미쳤어’와 ‘어쩌다’를 작곡한 용감한 형제는 후크송의 유행과 함께 단숨에 주목받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떠올랐다.
 
하지만 후크송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3~4분짜리 음악의 가치와 운명을 결정짓는 건 오로지 30초간이어서 소위 ’30초 음악’이라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기승전결이 생략된 음악의 돌연변이로 얘기하기도 한다.  후크송은 자극적인 후렴구로 음악 소비자를 중독시키는 얄팍한 상술이며 음악의 퀄리티를 퇴보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후크송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폄하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후크송 제작과 소비가 늘어난 것은 음악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모바일 등 디지털 음악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기승전결(도입부-브리지-클라이맥스-마무리) 형식을 갖춘 노래를 요즘 대중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듣지 않는다. 누가 듣지도 않는 기승전결체 노래를 대량 생산하겠는가?
 
대중음악 웹진 ‘weiv’의 에디터 이정엽은 ’30초짜리 음악을 옹호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중음악 역사에서) 기승전결이 정말 대중음악의 지배적 양식이었는지 묻고 싶다. 따라 부르기 좋은 코러스는 언제나 대중음악의 미덕이었고, 강력한 리프와 훅은 대중음악의 중독성 원천이었다”면서 “난 (후크송) 비난에 시간과 열정을 기울이는 대신, ’30초짜리’라는 저주받은 형식에 제대로 적응하거나 그 형식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가요가 나오기를 내심 바라는 편을 택할 것이다”고 썼다. 

그렇다면 후크송이라고 무조건 매도해버릴 게 아니라 그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로운 음악 소비환경에서 돋보이는 시도가 있었는지, 후크송의 진화가 엿보이는지를 관찰해볼 만하다.
 
실제로 소녀시대의 ‘Gee’는 반복구(후크)를 노골적으로 삽입해 청자의 귓가에 맴돌게 하는 이전 후크송들에 비해 약간 진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날로그 음악의 기승전결 형식은 아니지만 후크송의 기승전결 형식이라고 할 만한 약간의 장치들을 곁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음악 구조에서 후크송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후크송이라고 모두 대중의 기호를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음악 환경에서 대중의 심리와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단순히 그 형식만을 차용하는 후크송이라면 금세 외면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크송은 없어져야 할 노래가 아니라 계속 진화해야 할 노래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