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주요 내용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세계 금융ㆍ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을 통해 1조1000억달러를 세계 경제에 투입하고,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자금 5조달러를 집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자금 퍼붓기’의 성공 여부는 자금 조달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순조롭게 마련될지에 달려 있다.

▶국제금융기구 영향력 확대=G20 정상들은 IMF의 재원을 5000억달러 늘리는 한편 특별인출권(SDR)을 2500억달러 증액하고 무역금융도 2500억달러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IMF의 기금은 현 2500억달러에서 7500억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정상들은 또 최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IMF가 보유 중인 금을 판매해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IMF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각국 정상들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IMF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이 재원은 금융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외환시장과 금융시스템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DR의 규모를 2500억달러 증액함에 따라 국제 자금시장의 유동성 확충과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DR는 회원국 간 대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외환보유액도 증가시킨다.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 금융기구의 역할도 강화된다. 신흥국과 개도국의 참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국제 금융기구의 임무와 체제를 개혁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규모도 1000억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5조달러 들여 경기부양=지난달 재무장관회의 당시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재정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자는 IMF의 권고를 공동선언에 넣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금융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반발에 밀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G20 정상들은 결국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5조달러를 투입키로 합의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를 맞아 전례 없는 공격적 부양공조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ㆍ창출하며 녹색성장까지 일궈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세계 경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G20 국가들이 한꺼번에 돈을 쏟아부으면 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경기의 추가 악화를 막고 글로벌 경제가 조기에 체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맹이 없다’는 지적도=발표된 지원 계획을 뜯어보면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의 SDR를 2500억달러 증액한다는 발표에 대해 이 경우 IMF에 대한 출자 비율에 따라 미국 등 주요 7개국(G7)에서 증액분의 44%를 가져가게 된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신흥국가에 돌아갈 몫이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구기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스티븐 스크레이지 연구원은 이번 G20 정상의 경기회복 대책에 대해 “이미 지불한 돈을 한 번 더 계산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새로운 계획을 내놓은 것인지 불분명하며, 향후 발표될 후속 대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세라 헤윈 수석연구원은 “부실자산에 대해 어떤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는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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