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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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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서 저녁 먹는 장면이 거의 없는 이유는? 단역이지만 좀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드는 것은 또 왜일까? 요즘 드라마 연출자의 최대 화두인 제작비 절감 때문이다. MBC 일일연속극 ‘사랑해 울지마’에서 10명에 이르는 미수(이유리 분)네 가족은 저녁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마루에 놓인 밥상 겸 탁자 위엔 과일이나 만두, 소주에 김치가 종종 오를 뿐 식사를 하는 법이 없다.
가족의 화합과 소통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건 저녁식사 장면이지만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저녁식사 장면을 하나 건너뛸 때마다 조연들의 회당 출연료를 최대 100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MBC)의 관계자는 “요즘 가족은 같이 밥도 안 먹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SBS ‘가문의 영광’에서 하 회장(신구 분)네 가족 13명은 지난 2월 처음으로 다 함께 모여앉아 밥을 먹었다. 분주한 촬영장에서는 “이게 얼마 만이야”라는 감탄사가 오갔다. 제작비를 줄이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이 밖에도 많다. KBS 2TV ‘미워도 다시 한번’은 제작사에 소속된 배우들을 카메오로 등장시킨다. 신인급 배우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동시에, 제작비를 줄이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심지어 현장에 온 현직 기자들에게 협조를 구해 극중 배우 은혜정(전인화 분)의 취재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연기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단역에는 제작사 직원들이 출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홍보는 물론, 마케팅, 기획 담당까지 카메라 앞에 한 번 서보지 않은 직원이 드물 정도다. 한 드라마에서 은행원과 스튜어디스, 동사무소 직원을 모두 단역 한 명이 소화하기도 하고, 수염이나 머리 분장으로 출연자의 얼굴이 도드라지지 않는 사극에선 ’1인 5역’도 흔한 말이다. 방송가에선 이런 대본을 알아서 척척 써내는 작가를 후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극의 전개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작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대본을 쓰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사랑해 울지마’의 오현종 프로듀서는 “본사 차원에서도 제작비를 15% 절감한다는 정책이 공식적으로 등장했고, 드라마작가가 본래 구상한 스토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