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어른도 깐따삐아~ 과거로~

어린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의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어려울 때마다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하게 마련이라는 심리학적인 연관성 때문일까.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 영화, TV 시리즈 등 70~90년대 인기 작품들이 속속 재방영되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를 통한 원작 재방영과 극장 재개봉, 포털사이트 VOD 서비스 등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돌아보면 애틋함이 가득한 어린 시절, 우리가 접한 각종 만화영화는 동시대에 쏟아지는 세련된 콘텐츠물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둘리, 파트라슈, 코난, 왕눈이, 짱구 등 캐릭터는 물론 대강의 줄거리와 주제가까지 웬만해선 잊히지 않을 정도로 깊이 각인됐다.
 
예전에는 특정 마니아층들의 독특한 취미 정도로 치부되던 7080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추억의 콘텐츠’를 향한 애정도 이젠 보편화된 흐름. 어른부터 아이까지 세대 불문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감의 키워드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 추억 속 애니메이션의 복고 열풍은 단연 돋보인다.
 
EBS는 2007년 11월부터 ‘추억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기획, 그동안 ‘플란다스의 개’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은하철도 999′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을 방영했다. 3월 말부터는 ‘독수리 5형제’가 재방영 중이며, 뒤를 이어 ‘이상한 나라의 폴’ ‘개구리 왕눈이’ 등이 방송될 예정이다. EBS 측은 “기대했던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작품에 따라서는 최신 애니매이션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와 당분간은 좋은 작품들을 골라 들여오겠다”며 “추억의 애니를 편성한 후부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청하는 동반시청률도 높게 나와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어려서 만화를 접했던 세대가 부모가 돼서도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실어준다.
 
지금까지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꼽히는 ‘둘리’도 21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부터 SBS에서 방송 중인 ‘뉴 아기 공룡 둘리’는 4%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둘리, 도우너, 길동이, 마이콜, 희동이 등 친근한 캐릭터와 신선한 에피소드의 전개가 주목을 끈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는 둘리가 나루토, 도라에몽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제치고 캐릭터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만화 VOD 서비스도 ‘복고애니’ 열풍에 불을 붙였다. 인터넷 사이트 프리챌에서는 ‘개구리 왕눈이’ ‘독수리 5형제’ ‘이상한 나라의 폴’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파란닷컴에서도 데쓰카 오사무의 원작 만화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등 12편을 볼 수 있다.
 
파란닷컴의 경우 지난 1월 말 시작된 뒤로 평상시보다 이용자가 3배 정도 늘어나 포털사이트에도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됐다.
 
과거 인기를 얻었던 TV시리즈도 안방극장을 다시 찾아 예전의 향수를 자극한다. 채널 캐치온에서는 90년부터 200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TV시리즈 ‘비버리힐스의 아이들’의 리메이크 버전이 방송 중이다.
 
상류층 고교생들의 일상을 소재로 제이슨 프리슬리, 섀넌 도허티, 제니 가스 등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들을 탄생시킨 이 드라마는 90년대 중반 국내에서도 방송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원작 ‘비버리힐스의 아이들’에서 브랜다와 켈리로 출연하며 전 세계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년 멤버 섀넌 도허티와 제니 가스가 선생님으로 출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탄탄한 작품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의 경우 지금 봐도 별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지적이다.
 
EBS 측은 “과거 애니들은 문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 작품성이 탄탄하다. 뿐만 아니라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판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70년대 작품 가격은 보통 최신작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과거를 그리워하는 심리가 강하다는 심리학적 분석도 통한다.
 
한 학계 전문가는 “최근 경제 불황으로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며 현실의 어려움을 잊으려 한다. 애틋하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과거의 경험들로부터 현실의 불만족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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