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17년만에 국내무대 오른다

베토벤이 남긴 생애 유일의 오페라 ‘피델리오’가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피델리오’가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무려 17년 만이며, 1970년대 초연 이후 고작 세 번째다. 독일어 가사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피델리오’가 무대에 오르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줄거리가 문제가 됐다. ‘피델리오’는 18세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정치가 플로레스탄이 형무소장 피차로의 비리를 폭로한 혐의로 불법 감금돼 살해될 위기에 처하자, 그의 용감한 아내 레오노레가 남편을 구출해낸다는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정치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금기(禁忌)나 다름없었다.
 
또 오페라의 저변이 얕다 보니 국내 오페라단들이 초보 청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 등 인기 오페라만 반복해서 공연한 탓도 있었다. ‘피델리오’는 남성 합창단만 80여명, 총 120여명의 합창단이 동원되는 대작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피델리오’의 공연을 어렵게 했다.
 
지휘자 최승한은 “이번 무대는 그동안 똑같은 레퍼토리로 청중을 편식시켜온 것에 대한 반성”이라며 “‘피델리오’는 독일 오페라의 근간을 이루고 훗날 베버와 바그너에게도 영향을 미친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