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은 선량한 분위기가 강점이다. 독설과 면박으로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는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의 수비형 개그와 융화형 개그는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조용히 강한 힘을 발휘한다. 당초 김국진이 ‘라디오스타’로 출발해서 ‘명랑히어로’ ‘음악여행 라라라’로 자리를 넓혀갈 때만 해도 ‘완벽한 재기’로 보기는 어려웠다.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과의 조합으로만 프로그램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절친노트’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등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했음을 입증했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경규와 새롭게 조합을 이루며 선배 이경규를 괴롭히는 게 프로그램의 묘미다. 연기력을 겸비한 개그맨이 흔치 않은 요즘 시트콤에서는 기 죽지 않는 실업자 남편을 연기해 호평받고 있다. 왕년의 그는 참 대단했다. 지금의 유재석과 강호동을 합쳐놓은 인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예능인으로서의 내공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친근하면서도 공격성 없는 김국진을 보며 ‘국진이빵’을 다시 만들어도 팔리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구라는 1인 MC로는 섭외가 오지 않지만 집단 MC 체제 프로에서는 가장 먼저 섭외를 받는 대상이다. 대체재가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남이 하지 않는 말을 하기 때문에 예능에서 희소가치가 높다는 게 예능MC들의 이구동성이다. 한 예능PD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출연자 간 말이 뒤섞여야 되는데, 김구라가 이 찬스를 가장 잘 포착한다”고 설명한다. 이경규는 얼마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3개나 잇따라 폐지돼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곧바로 3개의 지상파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의 고정MC를 꿰찼다. 이경규는 이례적으로 50세의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버라이어티 예능물을 휘젓고 있다. 그의 차별성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황에서 웃길 수 있는 유연함과 순발력으로 승부한다는 점이다. 토크 버라이어티 출연자는 재미있고 독한 이야기를 준비해 빵빵 터뜨리려는 강박이 있다. 그러다 도가 지나쳐 남의 이야기나 꾸며낸 이야기를 해서 문제를 만들고는 한다. 하지만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방식은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면 재료가 떨어져 그 이후가 만만치 않다. 이경규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 애드리브로 승부하는 식이어서 소재가 말라버릴 일이 없다. 진행과 입담, 이 둘을 연결하는 연골조직이라 할 만한 ‘애드리브성 토크’는 그가 최강이다. 이경규가 후배로부터 ‘개그계의 워낭소리’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휘재는 소리 없이 강하다. ‘세바퀴’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도전1000곡 한 소절 노래방’ ‘스펀지 2.0′ 등 진행 중인 기존 프로그램 외에도 봄철 개편으로 이번에 신설되는 KBS ‘천하무적 토요일’과 SBS ’2009 좋은 친구들’를 더 맡게 됐다. 지상파 예능물 진행만 6개라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잘생긴 외모와 오랜 진행 경력에서 형성된 자연스러움이 그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휘재는 ‘소리’가 있으면 구설에 휘말리기 쉽다. 도시형 ‘뺀질이’를 연상시키는 외모는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받을 수 없다. 약간의 말 실수나 행동만 잘못해도 가혹한 악플이 따르게 마련이다. ‘상상플러스’ 시절 몇몇 사안으로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그래서 ‘소리’가 없어야 강한 게 이휘재라는 말이 나온다. 주철환 전 경인방송 사장은 “예능MC는 부침이 심한 직종이다. 스스로 작가 겸 배우 겸 리더가 되어야 한다. 상대방 캐릭터를 용의주도하게 파악해야 하고, 각자의 독특한 스타일을 존중하거나 무시해야 한다”면서 “불황기에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많은 사람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살아남는 MC에게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