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4기’ 리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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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간판 코너 역할을 해온 ‘우리 결혼했어요’가 3기에서 4기로의 교체기를 맞고 있다. 갈수록 커플의 시한이 짧아진다. 스타의 결혼생활에 대한 판타지가 그만큼 식상해져가고 있다는 증거다.
 
4기로의 교체기에 제작진이 던진 승부는 진짜 커플의 투입이다. 3년간 실제로 교제해온 진짜 커플 SG워너비의 김용준과 배우 황정음(사진)을 지난 10일부터 출연시킨다는 예고편이 나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제작진은 김용준·황정음 외에도 또 다른 한 연예인 커플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실제 커플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어떤 커플보다 ‘리얼’한 가짜 결혼생활을 보여줄 수 있다. 가상부부의 설렘과 풋풋함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진짜 커플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제작진은 “너무 이쁜 사랑만 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은 기존 네 커플을 모두 하차시킨다고 밝혔다. 실제 결혼생활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좀 더 실감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가짜 커플로는 ‘신혼부부’의 모습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해 실제 커플로 ‘기혼부부’의 단계를 보여주겠다는 발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럴까? 아닐 수도 있다. 김용준과 황정음이 실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재미와 리얼리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지만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신의 감정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오히려 배심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 커플이 가감 없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용준-황정음은 ‘인간극장’의 커플이야기와 같은 다큐멘터리를 찍는 셈인데, 과연 어울리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우결’의 포인트는 ‘리얼’이 아니라 ‘판타지’가 되는 게 옳다. 가상이지만 진짜 부부 같은, 그래서 양쪽을 살짝 걸치는 상황을 시청자들은 좋아한다. 가상이기 때문에 판타지와 스토리텔링이 생겼고, 이 때문에 ‘우결’은 단시간 내에 고정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식상함이 생겼지만 극복법도 가짜 커플 내에서 찾는 게 순리다. ‘앤솔커플’ ‘쌍추커플’ ‘신상커플’ 등 초기에 부각된 커플과는 또 다른 커플을 만들어내야 한다.
 
진짜 커플을 투입해 실제 부부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발상은 미국 사회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제약이 따른다. 실제 커플이 너무 진짜 모습을 보여줘도 판타지가 사라진다. 또 제작진이 지상파 방송임을 의식해 편집을 엄격하게 하면 시청자들은 알맹이는 다 빼고 무엇을 보라는 것인가 하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잘못 운용되면 당사자나 제작진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는 실제 커플의 이야기를 제작진이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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