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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 불황기에 진출해 성공한 렉서스의 신화에 도전하라.” 현대자동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 진출을 위해 도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불황기→합리적 가격 고급차 선호→고품질 경제성 갖춘 고급차 출시→일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매출 동반 상승’의 로드맵이다. 이는 1989년 도요타가 렉서스로 미국 고급차 시장에 진입할 당시의 행보였다. 현대차도 이와 비슷한 전략하에 숙원이었던 미국의 고급차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내년 중 ‘신형 에쿠스’를 미국에 선보인다. 당초 검토됐던 이름인 ‘제네시스 프리시티지’ 대신 에쿠스 이름 그대로 나간다. 주로 내수용으로만 팔려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에쿠스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은 실리에 바탕을 둔 최근 미국 소비자 흐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ㆍ기아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렉서스 사례로 본 불황기 고급차 시장 진출 전략’이란 내부 보고서도 작성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고급차 시장에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80년대말에서 90년대 초 미국 불경기에 진출했던 렉서스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불황기는 고급차 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대부조합 사태로 경제위기에 빠졌던 1989년~1991년사이 최상위 고급차였던 벤츠S클래스와 BMW7의 판매 비중은 각각 52%에서 30%, 22%에서 9%로 감소했지만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렉서스 LS는 24%에서 60%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최상위급 고급차의 판매 중 LS 판매 비중도 지난해 3분기 35%에서 올해 1분기 42%로 늘었다.
보고서는 “이는 브랜드 중심의 고급차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후발 주자에게는 고급차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대차의 고급차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적시했다. 차의 품질만 좋으면 브랜드가 약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이에 맞춰, 올해 미국에 전시차와 시험운행용으로 10대의 에쿠스를 보냈으며 향후 1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지 언론 및 업계에 따르면 시판가격은 5만~7만5000달러로, 벤츠S클래스(9만225달러)의 54~83%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출시 가격은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는 에쿠스의 출시로 다른 차종의 동반 판매상승까지 연결시킨다는 전략. 실제 89년~91년 경기침체기간 동안 GM과 포드의 판매가 100만대 감소하는 동안 도요타는 7만여대가 증가했다. 렉서스가 도요타의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신뢰도까지 향상시켜, 도요타 브랜드의 판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미국 자동차시장의 불황속에서도 지난달 현지 시장점유율을 7.4%까지 늘리며 닛산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 현대차 경영진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 에쿠스를 미국에 상륙시키고, 초기 대대적 마케팅 공세를 펼치면 점유율 10% 돌파 등 확실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에쿠스 같은 고급차 수요는 미국에서 연간 판매 1000대 정도 예상하지만 현대차가 에쿠스 같은 좋은 차를 만드는 회사란 것을 보여주면 소형차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근ㆍ윤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