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發’ 소형차 연비전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 규제 강화책을 발표하면서 자동차업계의 고연비차 경쟁이 불붙었다. 업체들은 소형차 부문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카와 클린 디젤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소형차 개발 경쟁이 가장 눈에 띈다. 2016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평균연비를 갤런당 35.5마일까지 올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가량 줄이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소형차 개발 강화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시장 내 소형차 출시를 확대하고, 중형차 이상에서의 연비 강화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전 세계 시장 판매 중 미국은 20%로 가장 높다. 기아차는 2010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연비가 높은 쏘렌토R를 비롯해 준중형 포르테 생산도 검토 중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차체 경량화와 하이브리드카 수출 비중도 높여 미국 연비 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기업분석 팀장은 “미국 시장의 규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물량이동”이라면서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 연비가 좋은 포르테를 투입하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도 아반떼 등 소형차 투입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2010년 완공하는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파사트 등 연비가 우수한 차량 위주로 생산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슬로바키아 SUV전용공장에서 소형차인 ‘폴로’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소형차와 신흥시장에서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올리고 있는 피아트도 크라이슬러의 인수 이후 소형차 쪽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빅3′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포드는 4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미시간 SUV생산라인을 소형차인 포커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소형차 기술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조-시트로엥(PSA)은 포드와 디젤엔진, BMW와 4기통직분사 엔진 기술을 제휴했다. 아울러 고급브랜드의 양강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소형차 엔진 쪽에 손을 잡았다.
 
장기적으로는 클린디젤카,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 친환경차의 개발이 대안이다. 그 중 가장 가시적인 것이 하이브리드카. 이 분야는 도요타와 혼다가 가장 앞서있다. 각각 프리우스와 인사이트를 앞세워 세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2010년 쏘나타와 로체 하이브리드카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는 당장은 일본차에 비해 연비가 절대 뒤지지 않는 가솔린 소형차 중심으로 전략을 짜다가 201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차들은 강점인 디젤차를 앞세워 고연비 클린디젤카 쪽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업체는 전기차 쪽으로 눈을 돌렸다. GM이 2010년 시보레 볼트의 양산에 들어가고, 포드는 몬데오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권남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