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는 쓸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다면 이 시기는 물 댄 논에서 오리들이 놀 때. 오리는 온데간데없고 물 고인 논만 봉하 들녘에 펼쳐져 있다. 지금은 한창 모내기할 때. 26일 봉하 들녘 물 댄 논 가장자리 모판 위에 모내기를 기다리는 어린 모만 자리잡고 있다. 봉하마을의 공식 모내기 날은 24일.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어린 모들은 물이 차오른 논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모내기를 위해 꺼내 놓았던 모판들도 주인을 잃은 채 방치됐다. 마을 집 앞마당에는 농기계들이 논으로 밭으로 가지 못한 채 서 있다. 모내기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봉하마을 주민 대다수가 일손을 놓고 장례식 준비에 들어갔다. 봉하마을의 모든 농사는 중단된 셈. 봉하마을의 대표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봉하오리쌀은 오리방사로 잡초를 제거해 지은 친환경 쌀.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애정을 쏟았던 ‘봉하오리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재배면적을 10배로 늘려 오리와 우렁이 농법을 도입해 농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모내기가 늦어져 모들이 웃자랄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24일 모내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금은 모든 주민들이 장례 준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농사 걱정보다 고인을 잘 보내드리는 것이 먼저죠.” 무엇보다 장례 준비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봉하마을 이장 이병기 씨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추모객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봉하마을의 오리농사도 농부들의 신청에 따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오리농법에 사용할 오리들도 모내기를 마치고 차차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마을 주민 박모(51) 씨는 “노 전 대통령 내려오셔서 친환경적 농사를 짓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오리농법을 책임지고 있는 황봉호 봉하마을 친환경작목반장은 “봉하마을 오리농법을 올해는 더 확대시켜 재배면적을 배 이상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오리농법을 실시했던 경험을 거울 삼아 최선을 다해 품질 좋은 봉하오리쌀 생산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해=윤정희ㆍ백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