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의 꿈 펴지도 못했는데…’

한의사 시험합격 백혈병 투병 한인
성기호씨 휠체어 타고 시험 합격후 숨져 안타까움 더해

‘내 병도 고치고 남의 병도 고쳐 주겠다’ 남다른 향학열
올 초 불의의 교통사고 척추까지 다쳐 휠체어 의지
사우스베일로대 학생회 학구열 감동 학생회 장으로

자신의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학을 공부했고, 죽음이 목전으로 다가온 순간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탄 채 한의사 시험에 합격한 후 운명을 달리한 한인 학생이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고 성기호씨(36 미국명 제임스 성). 이민 1.5세였던 성씨는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안 이후 “한의학을 배워 내 병도 고치고, 나와 같이 고생하는 다른 사람을 돕겠다”라며 지난 2006년 사우스베일로대학에 입학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까닭에 몸이 약해졌지만 한의학 공부를 놓지 않았다. 머리가 다 빠진 탓에 야구모자를 쓰고 인턴에 나서기도 했다. 또 한의학에 매진하면서 건강이 크게 좋아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큰 불행이 닥쳤다. 올해 초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를 크게 다쳤다. 이미 백혈병 투병 중이었기에 교통사고는 치명적이었다. 걸을 수도 없어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백혈병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래도 성씨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죽기 전에 꼭 한의사 자격증을 따겠다”며 지난 5월 졸업 후에도 면허시험 공부를 계속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씨는 지난 8월5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한의사 자격시험(CA Board Exam)에 휠체어를 타고 응시했다. 그리고 정상인들도 쉽게 떨어지는 어려운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8월말 한의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지난 12일 성씨는 운명을 달리했다. 사우스베일로 대학교 학생회는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불굴의 투병생활과 학구열 등에 감동받아 지난 17일 장례식을 학생회장으로 치렀다.
 
사우스베일로대 현영하 학생회장은 “장례식 때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나왔는데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쏟았다.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고인의 삶은 남은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하는지를 시사하는 아주 좋은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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